한국은행이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행 연 1.5%인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다. 경기가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조선ㆍ해운업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조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시장에서는 구조조정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다음 달 금통위에서 한은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해 정부와의 정책공조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의결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 dcorp.com
이주열 한은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의결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 dcorp.com

한은은 이날 오전 서울 남대문로 본관 회의실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통위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0.25%포인트 내린 것을 끝으로 11개월째 요지부동이다.

금통위의 이날 결정은 미국 금리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국내 경제지표가 호전세를 나타내고 있어 금리인하 여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약화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6월께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은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매파적(물가안정 중시)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한은의 셈법이 더 복잡해진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우리나라가 기준금리를 내리면 자본유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소비자물가가 석 달째 1%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소비ㆍ투자ㆍ생산지표가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심리지수(C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두 달째 상승하는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호전되고 있다. 한은은 이를 바탕으우리 경제가 2분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정부의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금리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5조3000억원 늘어났다. 한은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기준금리를 내렸다가 가계부채 증가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

이 총재를 비롯한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과반수가 이날 금리 결정에 처음 참여했다는 점도 변수로 보인다. 지난달 21일 공식 취임한 조동철ㆍ이일형ㆍ고승범ㆍ신인석 등 4명의 신임 금통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처음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상당수가 성장을 중시하는 ‘비둘기파’로 평가되고 있지만 취임 직후 성향을 드러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내수를 진작할 필요가 있다는 금리인하론과 가계부채를 부추길 수 있다는 금리동결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라면서도 “신임 금통위원들이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둘 지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금리인하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조선ㆍ해운업종 구조조정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돼 한은의 역할이 어느 정도 정해질 경우 금리인하로 무게추가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정부가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한은에 발권력을 동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한은은 국민적 합의가 형성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또 한은의 출자보다는 대출을 통한 자본확충펀드 활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양측은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TF)에서 의견을 조율해 6월 말까지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다만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향후 경기가 더 악화돼 한은이 7월과 10월의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경우 3분기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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