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심판 기다리겠다” 한달째 버티기로 일관

“수사와 관계없는 별도 절차” 서울시, 불이행시 강경 대처

지난달 장애인 인권유린과 각종 비리로 적발된 사회복지법인 ‘인강재단’이 서울시의 이사진 해임 명령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한달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 24일 인강재단 관할 자치구인 도봉구청에 구본권 이사장을 포함해 인강재단 이사 7명에 대한 해임 명령을 재통지했다고 28일 밝혔다. 시는 지난달 28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강재단 조사 결과에 따라 이사진에 해임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인강재단은 2010~2013년 장애인거주시설에 사는 10대 청소년 2명 등 장애인 17명을 상습적으로 구타했다. 특히 인강재단 부원장은 장애인을 폭행하면서 자신의 손에 상처가 생길까봐 장갑을 끼는 등 인면수심 행태가 드러나 전 국민의 공분을 낳았다. 인강재단은 또 정부가 지원한 장애인수당이나 국고보조금을 빼내 사적으로 유용하기도 했다.

시는 인권위의 권고로 이사진 전원 해임과 보조금 환수 조치를 명령했지만 인강재단은 한달째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인강재단 경영에 참여하는 이사진은 구본권 이사장의 친인척이나 지인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강재단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법적 책임을 검토해 해임 명령을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부의 심판을 기다리겠다는 얘기다.

시는 그러나 형사소추(검사의 기소행위) 선행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재통지 공문에서 “행정처분과 형벌은 별개”라면서 조속한 명령 이행을 촉구했다.

시는 특히 “행정기관의 감독 권한 행사와 검찰의 수사 결과는 별도의 절차”라면서 “서로 구속되는 관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이사진 해임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강재단은 이사진 해임 명령을 6개월 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회복지법인 설립 인가가 취소된다. 현 이사진은 이 점을 노리고 최대한 버티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는 인강재단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강경한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시는 이와 함께 인강재단이 횡령한 16억원에 달하는 국가 보조금도 조속히 환수하도록 압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강재단이 자산과 규모가 큰 기업형 사회복지법인으로 운영돼 굉장히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반성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