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안산) 기자] ‘세월호 참사’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이 커지면서 안산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역시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안산은 국내에서 외국인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들은 국가를 막론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안타까워 했고, 어린 학생들의 희생에 가슴 아파 하고 있다.
특히 2주 전만 해도 매일 거리에서 단원고 학생들을 마주쳤던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특구’ 외국인 주민들의 슬픔은 더욱 큰 듯했다.
‘다문화특구’는 지난해 기준 인구 총 1만7354명 가운데 72%인 12376명이 외국인이다. 국가 별로 중국 1만100명, 우즈베키스탄 600명, 필리핀 470명, 인도네시아 380명, 베트남 250명 등 순으로 이 곳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지난 27일 저녁 찾은 ‘다문화특구-국경 없는 거리’의 외국인들은 “자식 같은 학생들의 희생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학생을 두고 달아난 선원들에 대한 분노와 정부에 대한 원망을 감추지 못했다.
휴대폰 가게를 운영하는 스리랑카 출신 정삼팟(38) 씨는 안산에서만 11년을 산 만큼 안산 시민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고 했다. 단원고 근처에 살고 있는 그는 “너무 속상해서 잠도 잘 오지 않는다”며 매일 만났던 학생들의 죽음 소식에 허탈해했다. “단원고도 가보고, 장례식장도 갔어요. 분향소도 갔어요. 도와주러 갔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왔어요…”
그는 지난 23일 다문화거리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촛불기도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학생들의 넋을 기렸다.
2005년 베트남에서 안산으로 온 ‘풍황 쌀국수집’ 사장 쩐지요현(44) 씨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14살 외동딸을 떠올렸다고 했다. 딸은 단원고에서 멀지 않은 관산중학교에 다닌다.
그는 “딸도 친구의 비극에 많이 슬퍼하고 있다”며 “나중에 딸이 수학여행 간다고 하면 안 보낼 것 같다”고도 했다.
안산 거주 2년차인 인도네시아 청년 디디(26) 씨는 “왜 이렇게 좋은 나라에서 저런 사고가 일어나 사람들이 많이 죽을까요?”라고 되물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시화공단에서 일하는 그는 “사장님도 너무 좋고 내가 만난 안산 시민들 다 착하고 좋은데…그래서 더 슬프다”고 말했다.
다문화거리 광장 한 켠에서 동료들과 세월호 사고 얘기를 하던 60대 여성 중국 동포는 “어른들이 자식 같은 애들을 죽이고 먼저 달아나다니 말이 됩니까? 지금 와서 미안하다고 하면 소용있습니까?”라며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네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아난다(39ㆍ여) 씨는 “한국 같은 ‘선진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제 시간에 구출하지 못했다는 것도…”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난다 씨는 안산에 사는 친구들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고 관련 소식을 나누면서, 죄 없이 죽은 생명들을 매일 추모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생할 8년째인 ‘북경 여행사’ 직원 천미옥(37ㆍ여) 씨는 “앞길이 창창한 어린 학생들이 그렇게 많이 목숨을 잃은 것은 가족에게도 슬픔이지만 나라 전체로도 엄청난 손해”라며 “제가 감히 한마디 하자면 이번 일은 구조작업을 제대로 못한 정부가 정말 잘못했다”고 말했다. 천미옥 씨는 지난 26일 남편과 함께 임시분향소가 차려진 체육관을 찾아 학생들의 가는 길을 배웅했다.
다문화특구 치안센터 관계자는 “안산의 외국인들은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고 어떻게 경과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특히 매일 같이 보던 학생들이 목숨을 잃어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촛불집회를 열고 참여하고 있다”며 “대부분은 중국 동포들”이라고 덧붙였다.
안산이주민센터와 안산이주민공동체연합회가 지난 23일과 26일 저녁 개최한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촛불기도회’엔 500명 이상의 다문화 외국인들이 참여해 안타깝게 숨진 학생들의 넋을 기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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