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충동과 에너지”(DJ 페데 르 그랑)로 전 세계 젊은 세대를 사로잡고 있는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EDM은 이미 ‘규모의 시장’으로 접어들었다.
‘IMS 비즈니스 리포트 2015’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EDM 시장 규모는 69억 달러(약 8조원)에 달하고 있다. 흐름은 이미 EDM이다. 미국 그래미 어워드에선 이미 지난 2010년부터 ‘베스트 댄스 일렉트로닉 부문’을 신설했고,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DJ의 순위를 발표한다.
국내에선 굴지의 대형기획사들이 EDM에 뛰어들었고, EDM 전문 레이블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개그맨 박명수는 ‘무한도전’을 통해 EDM을 부르짖으며 대중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젠 “남산에 가면 발에 차이는게 DJ”(DJ KU:L)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직업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EDM 시장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밝다. EDM은 특히 오프라인의 강자다.
해마다 10월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EDM페스티벌 ‘암스테르담 뮤직 페스티벌’에는 평균 30여만명의 관객이 모인다.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마이애미는 지난 3월 18일부터 20일까지 총 3일간 개최, 약 17만 관객을 동원했다.
국내에서도 EDM은 장르 음악으로가 아닌 페스티벌을 통해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 EDM 페스티벌의 수요가 만만치 않다.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ltra Music Festivalㆍ이하 UMF) 코리아는 2012년 첫 해 약 5만명의 관객을 시작으로, 2013년과 2014년에는 약 10만명, 2015년에는 역대 최다인 1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다.
UMF 코리아 관계자는 “EDM이나 EDM 페스티벌은 과거엔 마니아만 즐기는 장르라고 생각됐으나 최근엔 대중적인 음악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뮤직 페스티벌에서도 EDM이 주요 장르가 되고 있다. 많은 EDM 아티스트가 내한 공연을 펼치고, 국내 아티스트 해외 공연을 가고 있다. EDM 뮤지션들이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영국, 유럽에서 이끈 EDM 트렌드는 국내 음악시장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며 20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언더 음악이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젊음을 가장 즐겁게 해주는 음악”(김창환 프로듀서)이라는 점에서 여러 장르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같은 이유로 일각에선 “EDM이 ‘단순 파티 음악, 클럽 음악’이라는 편견이 깨지고 폭넓은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지만 아직 국내 시장에서의 한계도 나온다. “EDM이라는 장르는 기본적으로 클럽과 페스티벌에 최적화된 음악”(이대화 평론가)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다양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형기획사가 뛰어들긴 했지만 아직은 마이너한 장르인데다, 음악시장 자체가 아이돌 음악에 편중돼있어 수요를 늘리기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EDM은 음악의 한 장르로서 보다는 페스티벌 위주로 인기가 높은데 영미 지역이나 유럽에 비해 공간이 부족해 대형 페스티벌을 새롭게 유치하기가 어렵다”는 시각을 보였다.
EDM의 주체인 DJ에 대한 인식과 평가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은 장르로서의 발전을 저해한다. 특히 해외 DJ와 국내 DJ에 대한 인식은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포브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스타DJ 캘빈 해리스는 연간 778억원(66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억만장자 DJ로 1위에 올랐다.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데이빗 게타(436억원), 티에스토(424억원), 스크릴렉스(283억원), 스티브 아오키(283억원) 등 유명 DJ들이 모두 100억원대 이상을 해마다 벌어들인다.
국내에도 DJ는 넘쳐나지만 환경은 전혀 다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름 있는 1위 DJ나 유명 연예인들은 클럽에서 한 타임(60분)당 800만원 정도의 출연료를 받지만, 시간당 몇 십만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인기 DJ 15명 정도를 보유하면 100~150억원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빈익빈 부익부는 극심한데, 편견도 남아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EDM을 만드는 주체인 DJ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제대로 옥석이 가려지지 않았다”라며 “EDM을 가장 EDM답게 보여주는 곳이 클럽인데, 클럽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다. DJ와 일렉트로닉 프로듀서의 작품이 공연되는 곳이라는 시선이 없다는 점이 씬의 침체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전한 편견, 음악시장의 다양성 부족, 장르가 성장할 수요의 부족은 국내EDM 씬의 한계로 지적된다. 하지만 전 세계적 흐름은 이미 많은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EDM의 나라’로 불리는 네덜란드에선 대형 페스티벌을 비롯해 작은 기업들의 소규모 파티를 통해 씬의 성장을 이뤘다. 네덜란드 출신 세계적인 DJ 페데 르 그랑은 수차례 국내 페스티벌을 찾으며 한국 EDM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EDM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이미 한국에는 다양한 장르가 충분히 존재하고 있고, 각 장르가 가진 사운드와 스타일은 누군가의 취향에 맞기 마련이다. 각자에게 딱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에 따라 음악도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을 벗어나 장르로서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대안도 나오고 있다.
이대화 평론가는 “일반적으로 멜론에서 유행하는 가요는 멜로디나 보컬 중심이다. EDM은 최근 보컬 쪽으로 힘을 쏟기도 하지만 인스트루멘탈(반주음악)이 많고 클럽에서 통할 만한 사운드의 구성이 많다. 멜로디와 보컬 중심의 가요계에서 승부하기엔 힘든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면서도 “유명 프로듀서나 DJ, 아이돌 보컬들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통해 탄탄한 언더씬을 알리는 것이 EDM의 발전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최근의 미래”라고 조언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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