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ㆍ아라뱃길 자전거도로 이용자 無안전 -음주 후 자연스럽게 자전거 운행 중 ‘문제‘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조항 개정 지지부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 서울과 경기도 하남 시계를 지나는 한강변 자전거 전용도로 근처에는 주말이면 수상한 천막들이 펼쳐진다. 그 아래엔 자전거 복장을 입은 30~40대 남ㆍ녀가 삼삼오오 둘러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운 날씨에 교외로 자전거를 타러 나온 사람들이 운동 후 술을 마시는 것. 기분이 좋은 탓인지 맥주부터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까지 주종도 다양하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거나 만취가 될 정도로 마시는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이렇게 음주를 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귀가길에 오른다는 점이다. 자전거 동호인 이모(27ㆍ여) 씨는 “마주칠 때 술 냄새가 날 정도로 음주한 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다”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까 불안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했다.

#2. 주말 오후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40대 남성 3~4명으로 구성된 한 무리의 바이크족이 잔디밭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다. 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아침 일찍 서울에서 출발해 경기도 여주 이포보를 거쳐 이곳까지 성공적인 자전거 주행을 끝마친 뒤 자축하는 의미로 술 한 잔을 기울이고 있는 것. 이들은 한강시민공원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맥주를 1인당 두 캔 씩 사서 마셨다. 하지만 이들의 최종 종착지는 반포가 아니었다. 한 시간 가량 술잔을 기울인 이들은 송파구, 강서구, 중랑구 등 각자의 집을 향해 자전거에 올랐다.

자전거도로 위의 안전이 ‘술 한잔은 괜찮겠지’란 생각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

12일 자전거 명소로 알려진 한강시민공원과 양수리, 아라뱃길 자전거도로 등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살펴보면 버젓이 술을 파는 음식점이나 가게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변 자전거도로에서 주행을 즐긴 사람들이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곳에서는 이른 시간부터 나와 운동을 마친 사람들이 둘러 앉아 막걸리나 소주를 마신다.

교통안전 관련 기관 및 전문가들은 자동차 만큼이나 자전거 음주운전이 위험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사고 등 대형 사고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년(2013~2015년)간 자전거 사고로 인해 사망한 국민은 396명으로 전체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10%를 차지했다. 부상자의 수도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자전거 승차 중 발생한 부상자수의 경우 지난 2010년 1만3071명에서 2014년 1만8252명으로 늘었고, 중상자수도 지난 2010년 5352명에서 2014년 6198명으로 증가하는 등 피해가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얼마전 혈중 알코올 농도 0.05~0.1% 수준의 음주운전 체험용 특수 고글을 끼고 자전거 주행 실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간단한 직선 주로와 곡선 주로조차 운전하지 못할 정도로 문제가 있었다”며 “안전모 착용률이 낮고 자전거ㆍ보행자 혼용도로가 많은 국내 사정상 자전거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발생 시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자전거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 2월 열린 ‘제8차 국민안전민관합동회의’에서는 자전거 음주운전에 대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료, 구류 처벌조항을 신설키로 결정했다.

이는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자전거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약 6만원의 벌금을 내야 하고 독일에서는 자동차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 일본의 경우에는 자동차 음주운전과 똑같이 취급해 5년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엔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박 책임연구원은 “올초 처벌방안 법제화에 대한 논의 후 구체적인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전거 음주운전자 뿐만 아니라 자전거 운전자에게 주류를 판매하는 사람들까지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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