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14일(현지시간) 한 트위터 계정에는 예멘 아이들이 수도 사나의 UN 건물 앞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을 담은 일련의 사진들이 올라왔다. 아이들은 땅바닥에 UN 깃발을 펼쳐놓고 동전을 모았다.

중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예멘의 아이들이 UN을 위해 모금한 이유는, UN이 이달 초 발간한 ‘아동인권침해 블랙리스트’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 연합군을 뺐기 때문이다. UN이 돈의 힘에 굴복해 블랙리스트를 수정하지 않도록 자신들이 돈을 대겠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은 지난 2일 발간한 ‘어린이와 분쟁 연차보고서’에서 지난해 예멘 내전으로 인해 발생한 1000명 이상의 어린이 사상자 가운데 60%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망자는 510명으로 2014년에 비해 6배나 늘어났다.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는 예멘의 수니파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시아파인 후티 반군 지역에 공습을 가해왔다. 후티 반군은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지원하고 있다. 예멘 내전이 두 나라의 대리전으로 변질되면서 인명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국제법을 위반한 공습을 수십차례 벌여 엄청난 민간인 피해를 불러왔다.

사우디는 UN 보고서 내용이 과장됐다고 즉각 반발했고, 보고서가 나온지 나흘만인 지난 6일 UN은 사우디를 목록에서 제외했다. UN 측은 정확한 사실 조사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지난 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사우디가 UN에 재정 지원을 않겠다고 압박해서 물러선 것이라고 밝혀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반 총장은 “사우디 등을 아동인권 탄압 명단에서 뺀 것은 유엔기금 철회 압력 때문”이라며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사우디는 그간 UN에 만만치 않은 자금을 지원해왔다. 반 총장은 UN의 재정이 고갈되면 수백만명의 아이들이 고통받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가능성을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등 20개 인권 단체들은 사우디를 다시 명단에 올리라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반 총장 앞으로 보냈다. 반 총장이 돈을 무기로 UN을 협박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으며, UN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UN은 반 총장이 총장을 수행 중이던 2014년에도 이스라엘을 아동 학대 보고서에서 포함하려다 철회해서 비판을 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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