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용재·김도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지난 7일과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이색 깃발’로 가득했다.
통상적인 집회에서는 정당과 시민단체들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깃발이 많았지만 이번 ‘윤 대통령 탄핵 집회’의 경우 특정 단체에서 온게 아니라 ‘개인’을 상징한다는 의미를 드러내기 위한 이색 깃발이 유독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응원하는 아이돌의 ‘응원봉’에 ‘윤석열 탄핵’ 등의 글자를 써붙인 이들도 많았다. 이들은 응원봉을 들고 최신 ‘K팝’ 음악에 맞춰 떼창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국회의사당 앞은 ‘붕어빵 천원에 3개 협회’, ‘중도 모임’, ‘토끼를 좋아하는 전국 당근연합’, ‘곰젤리단’, ‘말을 하다가 마는 사람들의 모임’, ‘슈퍼지구 궤도타격 버터단’, ‘푸바오 살크업 추진위원회’ 등 다양한 ‘이색 깃발’을 든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이런 깃발은 지난 첫 번째 집회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첫 집회에서는 ‘걸을 때 휴대폰 안 보기 운동본부’, ‘미국너구리연합 한국지부’, ‘선호외계인 보호협회’, ‘말이되는 소리연합’, ‘제발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등 깃발로 가득했다.
시민들이 집회에서 정치적 구호를 적은 깃발이 아닌 ‘이색 깃발’을 들고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시초로 여겨진다. 당시 집회에 규탄 시위와는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이는 ‘장수풍뎅이 연구회’가 등장해 참가자들을 웃음 짓게 한 바 있다.
집회를 축제처럼 즐기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은 새로운 집회 문화를 탄생시켰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색적인 집회 풍경에 외신에서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AFP 통신은 “K팝 속에서 참가자들이 즐겁게 뛰어다니고,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LED 촛불을 흔드는 등 일부 시위는 댄스파티를 연상케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1차 표결에 불참한 여당 의원들에게 보낸 근조 화환 항의에도 관심을 보였다. 한 외신은 “촛불에서 진화한 한국의 저항 문화가 지지와 연대를 만들고, K-집회의 새로운 문화적 현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