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친윤 최고위원 5인 총사퇴

與 의원 3분의 2, 한동훈 사퇴 찬성

당헌상 ‘비대위 전환’ 불가피

친한계 “당대표가 비대위원장 임명”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진·김해솔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14일 국회 본회의 가결 결과를 놓고 국민의힘이 격랑에 휩싸였다. 국민의힘 의원 12명이 ‘부결(반대)’ 당론에 반하는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 결과가 나오면서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고개들었다. 책임론은 앞서 ‘탄핵 찬성’을 촉구한 한동훈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를 정면으로 겨눴다.

한 대표는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지만, 친한계를 포함한 최고위원 5인이 모두 사퇴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재적의원 3분의 2(72명) 이상’의 찬성으로 한 대표의 사퇴를 최종 의결했다.

이날 오후 5시쯤 발표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개표 결과는 총 투표수 300표 중 가(찬성) 204표, 부(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다. 탄핵소추안의 가결정족수는 ‘재적의원의 3분의 2(200명) 이상’으로,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범야권 의석(192석)을 감안했을 때 이번 표결에선 국민의힘 의원 12명이 당론에 반하는 찬성표를 던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앞서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국민의힘 소속의 비윤계 안철수(4선·경기 성남분당갑) 의원과 김재섭(초선·서울 도봉갑) 의원, 친한계의 조경태(6선·부산 사하을) 의원과 김예지(재선·비례) 김상욱(초선·울산 남갑) 진종오(초선·비례) 한지아(초선·비례) 총 7명으로, 이들 외에도 5명의 추가 이탈표가 나온 셈이다.

본회의 산회 이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와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안 가결책임론이 터져나왔다. 집권여당으로서 대통령 탄핵안의 가결을 막지 못한 책임은 한 대표와 친한계를 향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아무 것도 모르는 정치신인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친한계) 비례들을 탈당하라” 등 거친 언사와 고성이 쏟아졌다. 한 대표가 의원총회를 찾아 “이번 사태는 다 예측된 것 아니냐. 탄핵이 안 될 것이라 생각하셨나”, “제가 투표 했습니까” 등 책임론에 반박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탄핵안 통과 시 최고위원직 사퇴’ 입장을 밝혔던 장동혁 의원은 한 대표가 의원총회를 떠난 직후 사의를 표명했고, 뒤를 이어 김민전·인요한·진종오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던졌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요건 중 하나인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 사퇴’가 발생한 것이다. 원외 김재원 최고위원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사의를 밝히면서 최고위원 5인이 모두 물러났다. 당대표 비서실장인 박정하 의원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 대표의 사퇴’를 안건으로 진행된 거수 투표는 재석한 93명 중 73명이 찬성하면서 의결됐다. 한 초선 의원은 “대표의 발언이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 같았다”라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 가결의 책임을 지고 임기 이틀 만에 자신의 거취를 의원들에게 일임했으나 곧바로 재신임됐다.

정작 한 대표는 직무 수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의원총회를 빠져나온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저는 지금 이 심각한 불법 계엄 사태를 어떻게든 국민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정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라고 강조했다.

또 “조기사퇴를 비롯한 ‘질서 있는 퇴진’ 방안도 심도있게 검토했고, 근데 그것이 대통령이 약속을 안 지켜서 무산됐다”라며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탄핵 가결이 불가피하다고 봤다”고 했다.

향후 국민의힘에선 당헌에 따라 권 원내대표의 당대표 권한대행 및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려는 친윤·중진그룹과, 당대표 권한을 유지하려는 한 대표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를 마친 직후 “지도부 체제는 월요일(16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라며 “당 지도부는 총사퇴를 결의했기 때문에, 한동훈 대표가 그에 대한 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친한계 박상수 대변인은 “최고위원 4인 사퇴는 당대표 권한대행 또는 직무대행 발동 요건이 아니라 비대위 구성 요건”이라며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으로 당대표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