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적과의 동침(3)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현대를 누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애정이 개입된 남녀 상관관계도를 가슴 속에 그리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세상이 하도 즉흥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해가다 보니 기껏해야 삼각형 구도이던 애정의 관계도 역시 별모양이나 눈의 결정체 모양으로 복잡하게 변해가기 마련일 것이다. 하물며 재벌 아들이며 미남, 게다가 튼튼한 몸을 소유한 유호성의 애정관계도는 어떤 형상일까? 15각형? 20각형?

“내 마음은 죽어도 변치 않아. 어머니가 아무리 나를 골프선수로 만들려고 해도 지선이, 네가 내 곁에 있는 한 나는 카 레이서가 되고 말테야.”

하지만 유호성의 애정 관계도는 의외로 단순했다. 유호성 = 김지선, 오로지 등식으로만 성립되는 단순구조였으니 모든 생각이나 행동이 김지선을 태양으로 여기며 해바라기 할 뿐이었다.

“그럼 아버지 편에 서겠다는 뜻이네?”

“물론이지. 아버지의 지원을 받아가며 자동차 랠리에 가담할거야.”

“어머님께서 골프 프로선수 한 분을 회사에 영입하셨다면서? 그 분을 통해 마케팅을 벌이면서 호성 씨를 골프선수로 키우겠다는 거 아냐?”

“그러지 않아도 꿈 깨라고 전화했어.”

“잘 생각했어. 이왕이면 아버지한테 잘 보여야 장차 제련그룹을 물려받기 쉬울 거야.”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는 것도 좋지만, 지선이 너와 함께 지내기 위해서 레이싱 선수가 되려고 하는 거야.”

“아! 멋져, 자기.”

김지선이 그의 품으로 파고들자 유호성은 이제야 은은하게 번지는 모카 커피의 향을 맡을 수 있었다. 무슨 원두를 갈아내었기에 이토록 코끝이 감미로워 지는 것일까? 커피숍 실내에 흐르는 음악은 감미로웠고, 반쯤 품속으로 파고든 채 어깨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은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럽기만 했다.

“아버님께서 레이싱 팀을 만들어주시는 순간부터 우린 영원히 한 팀이야. 언젠가 맞을 우승의 순간을 위해서 마음도 몸도 하나가 되어야만 해요.”

“그래, 성공적인 레이싱을 하기 위해서는 몸부터 하나가 되어야지.”

어느새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은 유호성이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그러다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귓불을 핥더니 서서히 자세를 낮추어가며 목 언저리를 핥아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봐요.”

“레이싱을 하려면 먼저 한 몸이 되어야 한다면서? 일심동체! 완벽한 커플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

“아! 몸이 뜨거워져, 그만 해요. 훌륭한 드라이버가 되려면 컨트롤 에어리어를 완벽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지.”

컨트롤 에어리어란 랠리 경기 중의 체크포인트 구역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속도를 줄여서도 안 되지만 속도를 높여 추월을 해서도 안 되는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감정을 컨트롤하겠다는 뜻이니 이쯤에서 정신 차리라는 소리로 여기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 몸이 뜨거워진 걸 어떻게 식히지?”

“좋아요, 그러면 죽도록 달리면서 몸을 식혀 보자고요. 내 이럴 줄 알고 포르셰 968 카브리올레를 빌려왔거든요? 고속주행이 일품인 명차, 꿈의 머신!”

그녀는 바이크 전용 선글라스인 ‘오클리’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오클리를 착용한다는 것은 어디 한 번 죽도록 달려보자는 암시였다. 아, 이제 곧 느끼게 될 폭발적인 파워! 유호성은 포르셰의 시동키를 보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이게 바로 김지선의 매력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