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죽음의 계곡 (24)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으흑!”
유한솜으로부터 숨넘어가는 소리가 절로 새어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야말로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명실상부한 레이디였다. 이제 막 깃털이 자라기 시작한 약병아리 수준인 셈인데 그녀의 맨 속살 위로 젊은 청년의 손길이 흐르니 숨이 막힐 수밖에.
‘덜덜덜’
이건 열혈 청년 한승우가 눈을 질끈 감은 채 떨고 있는 모습이다. 그 역시도 상열지사에는 초년병에 불과한 이력을 지녔으므로 이런 상황을 담대하게 넘길 자신이 없었다. 용감무쌍하게 그녀의 허리춤을 들추고 겨드랑이 틈으로 손을 집어넣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진퇴양난, 손바닥에 땀만 흘리고 있었다.
이미 한승우의 영혼은 분해되고 해체된 지 오래였다. 그의 몸은 벤치에 앉아 있었지만 정신은 허공으로 아련하게 흩어져 갔다. 우유냄새가 나는 것을 보니 아기를 안고 있는 것일까?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낭떠러지에서 추락하는 중일까? 숨결이 뜨겁게 여겨지니 혹시 사우나에 들어선 것은 아닐까?
“오빠, 그 아름다운 손으로…”
“뭐라고?”
“그 아름다운 손으로…” 그녀는 머리를 뒤로 젖혀 한승우의 어깨에 기댄 채로 혼잣말을 지껄였고, 한승우는 바보처럼 ‘뭐라고?’하며 되물었다. 물론 그 아름다운 손으로 젖가슴을 만져달라는 소리겠지. 설마 그 아름다운 손으로 브래지어 후크나 채우라는 소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내 손이 아름답다고?”
“그래요. 오빠는 손이 아름다워.”
분위기가 이렇게 무르익어가니 용기백배! 한승우는 드디어… 내지르고야 말았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에 팔을 쭉 뻗어 그녀의 젖가슴을 한가득 움켜쥐었다. 세상에… 이런 느낌을 무엇에 비길까. 단단하지만 부드럽기 한이 없고, 매끄러우면서도 뜨거운 그녀의 젖가슴이 그의 양 손바닥 안에서 점점 부풀어가는 중이었다.
“누가 엿보는 거 아닐까?”
“앞뒤로 바람밖에 없어요.”
“아, 미치겠다.”
“스무 살부터 남자의 애무를 받으면 가슴이 커진대요. 나 이러다가 글래머 되면 어떡해요? 오빠 책임이야.”
깊고 푸른 밤하늘, 간혹 동심원이 그려지는 어두운 호수 옆에서 가슴을 열어주니 그녀도 색다르고 묘한 기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피부가 타서 벗겨질 것 같은 뜨거움, 그러나 검푸른 호수 속을 유영하는 인어공주가 된 기분. 바람 속을 타고 흐르는 것 같은 이 자유로움…날마다 입시준비에 여념이 없던 그녀로서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충족감이었다.
좋아하는 남자에게 젖가슴을 맡기는 일이 이토록 벅찰까? 어째서 사랑하는 남자의 손길이 젖가슴에 닿으면 이처럼 온 몸에 비늘이 돋아나는 느낌이 들까?
이제야 감았던 눈을 뜨니 사방에 둘러서 있던 나뭇잎들도 모두 숨을 죽인 채 고요하기만 했다. 살랑살랑 불던 바람도 자취를 감추었고 이 세상 모든 것이 정지된 것처럼 여겨졌다. 오로지 한승우의 숨결만이 뜨겁게 여겨질 뿐.
“오빠, 앞으로 내 생각만 해줄 수 있어요?”
그녀가 목을 외로 꼬아 그의 입술을 찾았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서로의 뜨거운 숨결이 맞닿았다. 하지만 이건 또 무슨 조화인지…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한승우의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지는 것… 바로 그녀의 모친, 신희영의 애절한 모습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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