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폭발적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그를 요즘 뜨고 있는 ‘강남좌파’로 부르는 사람도 있고, 이념과 무관한 휴머니스트로 분류하는 분석가도 있다. 열심히 개척해 성공을 거둔 자수성가형 경제인이라는 점에서 근대화시절 맨주먹으로 기업을 일군 서민출신 기업가를 어느정도 닮기도 했다.
그는 강남좌파인가. 국내 컴퓨터 바이러스 퇴치라는 ‘공익’ 차원에서 직원3명으로 사무실을 차린곳은 ‘강남지역’인 서울 서초동이다. 거기서 10년을 일하다 여의도로 옮겼다. 일반적으로 강남좌파라고 하면, 서울 서초 강남 송파구 거주자 못지 않은 생활수준을 누리면서도 좌파적 생각을 갖고 있는 전문직 종사자, 지식인들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고학력ㆍ고소득의 진보적 인물’이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가지 않는다”, “나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넓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념논쟁을 퇴치해야 할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위치가 좌파에 두어지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전통적인 구분법상 안 교수는 중도에서 진보쪽에 조금 이동한 지점에 생각의 중심을 두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추론을 낳고 있다. 보수는 분명히 아닌 것이다.
강남좌파는 전문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존 사회 기득권 집단의 모순과 폐해를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으며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부류로도 분류된다. 그가 사회운동가는 아니었지만, 생래적으로 따뜻함, 나눔의 마음을 지녔고 이를 실천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맥락은 닿아있다. “강남좌파는 몸 따로 머리 따로”라는 일부의 비판적 정의에 비춰보면 안 교수의 실천력과 나눔철학은 웬만한 ‘복지 활동가’ 못지 않게 강하다.
안 교수는 의대생 시절 무의촌 벽오지와 농어촌에 의료봉사 자주 다녔다. 서울대 의대 컴퓨터 도사로 통했던 그가 1988년 컴퓨터 바이러스를 처음 접한뒤 바이러스 프로그램 구조를 분석해 퇴치프로그램을 짜본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의사를 할지, 험난한 컴퓨터바이러스 중소벤처를 경영할지 고민 끝에 그는 1995년 서초동에 사무실을 내고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공익’벤처법인의 경영자 길을 택했다. 그리고 사업이 성장하면서 정도(正道)경영을 통해 100년 이상 존속할 수 있는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강남급’에 사는 일반적인 기업가의 생각과 상당한 차이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어디에서도 자신을 보수라거나, 진보라거나 규정짓지 않았다. 부자이면 보수, 가난하면 진보일것으로 추정하는 것 만큼 우매한 일도 없다. 제도를 고치자고 하면 진보, 제도를 그냥두자고 하면 보수라고 분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남에게 없는 내 것을 주고, 남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한 점에 비춰보면, 그가 사전적 의미의 ‘자본주의자’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차입을 안 하고 돈이 부족하면 스스로 월급을 받지 않고 매출이 조금이라도 생겨야 직원을 뽑는 식의 경영방식에서도 이런 점은 느낄수 있다. 외국자본으로부터 ‘거액을 주겠으니 지분을 팔라’는 숱한 권유를 모두 거부한 면에서는 경제적인 거대 이익을 생각하기 보다는 토종을 지키려는 ‘민족주의’적 의식도 엿보인다.
시장시장 유력후보로 급부상한 그는 최근 행정과 경영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안철수연구소의 성공이 영리추구를 지상목표로 삼은 자본주의적 경영방식과는 다른, ‘관리형, 연구개발형’ 경영이었고, 소비자와 회사 구성원들 모두의 행복을 염두에 둔 것이었기 때문에 ‘안철수식 경영=행정’ 공식은 유효할 수 있다. 자본주의적 경영에 휴머니즘은 달갑지 않은 DNA이지만 행정에 있어서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를 모르면 행정을 못한다는 지적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물론 최고의 정치는 ‘경세제민(經世濟民), 애천애인(愛天愛人)’의 실천이라고들 하지만, 작금의 한국정치 토양이 다소 바뀐다 한들, ‘선(善)하기만 한’ 안철수표 정치 씨앗을 뿌리내리게 할지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어쨋든, ‘휴머니즘의 실천력이 어느 부자들보다 강한 강남 중도좌파’ 안철수가 벌써부터 정치문화에 새바람을 넣고 있다.
그의 행보가 한걸음씩 나아갈수록 ▷기성 정치의 반성 ▷사회 양극화 둔화 ▷사회적 스트레스의 감소 ▷강남 지식인의 ‘참여’의식 제고 등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현재로선 많다. 기득권 때문에 알면서도 개혁에 입 닫았던 ‘강남 지식인 마인드’의 변화도 있을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감 또한 흘러나온다.
<함영훈 선임기자 @hamcho3> /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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