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신분석심리의학자 해리 스택 셜리반은 생애 단계별 대인관계 이론을 통해 유아기엔 부드러움에 대한 욕구, 학동기에는 또래에 대한 수용 욕구, 청년기 이전에는 단짝 친구 등 친밀감에의 욕구가 강한 시기로 분류했다. 즉 또래, 단짝, 이성친구를 포함한 친구관계는 청소년기의 주요 대인관계라는 결론이다.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가장 강한 시기로서 어떤 친구관계를 맺느냐는 청소년기의 행복감에 직결돼 있다는 뜻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대로 “불행은 진정한 친구가 아닌 자를 가려준다”고 할 정도로 또래집단에서의 크고 작은 친구관계의 시행착오를 거쳐 “친구란 두 신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 친구는 제2의 재산”이라 할 정도로 단짝 친구들을 만들어나가는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미리 한국체육대학 교수의 2009년 연구결과 청소년이 분노상황을 접했을 때 남학생의 해결(분노조절)의 상대는 중2때 부모와 친구가 비슷한 비중이었지만, 중3때엔 친구가 부모보다 11%가량 비중이 높고, 고1때에는 친구가 4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의 분노조절 해결사는 중2때 이미 친구가 부모를 넘고, 중3때엔 친구가 부모보다 33% 높았으며, 고1때에는 친구 의존도가 부모 보다 28%가량 높았다.(전문적 사회분석 통계치를 알기 쉽게 환산함)
이 교수는 “청소년기에는 부모로부터 독립적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부모가 없는 상황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를 즐긴다”면서 “친구의 사회적 지지가 부모를 능가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셜리반의 이론과 서동인씨 등의 연구결과를 인용, “학동기에는 또래 관계에서 평등한 교환관계, 협동, 타협, 경쟁을 배우고 또래와 자신의 차이를 알게되며, 청소년기에는 친밀감 욕구를 단짝 친구와의 관계에서 추구한다”면서 “급격한 신체, 인지변화로 인해 자아정체감 형성이 핵심 과업인 청소년기에는 친구집단과 관계를 가짐으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집단에 수용됨으로써 자아존중감이 발달한다”고 소개했다.
배그웰, 뉴콤 등 학자들은 청소년기 또래 관계는 중년기의 결혼만족도, 사회성, 정신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 교수는 최근 열린 한국생애학회 토론회에서 ▷여아가 남아 보다 친구에 대한 기대와 친밀감이 높다 ▷물질적, 심리적 측면에서 자기에게 이로움을 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비밀을 스스로 털어놓으면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단으로 삼는다 ▷유사성 평등성에 긍정적 평가를 한다 등 연구결과들을 전했다.
특히 부모가 청소년 자녀의 친구관계를 지지하는 것은 친구관계를 통한 자녀의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되며, 청소년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양육은 청소년기 일탈적 친구관계를 감소시키고 부모의 온정적 양육태도가 자녀의 원만한 친구관계와 관련있다면서 부모의 측면지원을 강조하는 연구결과가 많다고 이교수는 말했다.
좋아하는 친구로는 ▷내게 관심을 가져주고 잘 돌봐주는 친구 ▷착하고 순수한 친구 ▷도움을 주는 친구 ▷생각이 같은 친구 ▷외모가 멋진 친구였으며. 싫어하는 친구는 ▷치사하고 속물 근성이 있는 친구 ▷귀찮게 구는 등의 혐오스런 행동을 하는 친구 ▷언어적 공격 ▷신체적 공격을 하는 친구인 것으로 조사됐다.(황혜정씨의 2002년 연구)
남녀 청소년의 친구관계상 차이점 중 특이한 점은 여자 청소년이 남자 보다 더 친한 친구를 소유하지만 또래 관계의 지속성은 청소년 중기에 접어들면서 여자쪽이 떨어지는 경향이 보인다. 중-장-노년층에서는 여자들의 친구관계의 친밀도가 남성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 비춰보면 특이하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여아의 경우 청소년 중기 무렵부터 동성보다는 이성친구 관계로 전환하는 경향이 남아에 비해 많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친구를 오래 오래 사귀고, 성인으로서 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청소년기 친구관계를 원만하게 가져야 하며, 이때 부모의 지원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함영훈 기자 @hamcho3>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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