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2차 구제금융 지원으로 그리스가 국가부도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으면서 험로가 이어지고 있다.

구제금융 승인에도 불구하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두단계 강등했고, 그리스 사태 전이를 막기 위한 방화벽 구축문제를 놓고 국제통화기금(IMF)과 독일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은 단지 재앙의 시기를 늦출 뿐이라는 지적과 함께 “최악의 선택”이라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그리스 내부에서는 구제금융의 조건인 긴축 정책 이행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방화벽 구축문제와 관련,스테펜 독일 정부 대변인은 “영구적인 구제금융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의 규모를 증액할 필요가 없다”고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그리스 지원의 또다른 축인 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ESM 등 유럽구제기금을 먼저 증액하지 않으면 IMF가 유로존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존 위기 해소를 위한 IMF 자금 제공 여부와 규모에 관한 결정은 3월 중순 IMF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EU 측에 밝혔다.

이는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 ESM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증액여부를 지켜본 뒤에야 IMF의 2차 그리스 구제금융 분담액을 결정할 것임을 밝히며 EU를 압박하는 것이다.

ESM의 구제기금 한도액은 EFSF와 합쳐 총 5000억 유로로 설정돼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ESM의 기금을 2~3배로 늘려야 방화벽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가 부채 축소를 위한 서약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각자의 숙제를 잘 해야 유럽 통합이 깨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를 다시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리스 내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구제금융을 이끌어낸 합의에 대한 불만이 커지며 여야 주요 정당에 대한 지지도는 역대 최저로 떨어진 상태다.

한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금융위기 및 국가부도 전문가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비관적 전망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최근 이루어진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합의는 환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리스가 무질서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는 피할수 있게 됐지만 이는 단지 재앙의 시기가 뒤로 미뤄진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앞으로 이탈리아나 스페인, 아일랜드, 포르투갈과 같이 덩치가 더 크고 시장에 영향을 많이 줄만한 국가들이 재정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유럽의 지도자들은 이를 해결할만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이날 “그리스를 2차 구제하면서 긴축과 구조 개혁을 강요한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며 “그리스가 요구하는 것은 성장과 경쟁력 회복인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실질적 방안은 유로를 포기하고 옛 통화인 드라크마로 돌아가 통화 가치를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표>그리스 2차구제금융안 향후 일정

*2월 25~26일 G20 재무장관회의:IMF 재원증액 등 논의

*2월 27일 독일 의회 그리스 2차구제금융안 표결

*3월 1~2일 EU 정상회의:EFSF와 ESM 실가용 금액상향 등 논의

*2월 22일~3월 중순 그리스 국채교환 절차

*3월 8일 ECB 통화정책 결정회의

*3월 12~13일 유로존 및 EU 재무장관회의

*3월 20일 그리스 145억유로 채권 만기 도래

*4월 20일 IMF 정례회의:IMF 재원확충 논의

*4월말 그리스 총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