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경제 현안에서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군대도 가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 정통파 유대 종교인(Ultra Orthodox) 문제이다.
종교인은 이스라엘 전체 인구 780만명 중 10% 수준인 70만명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일할 수 있는 18세 이상은 2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종교인은 예시바 (Yeshiva)라는 교육기관에서 6세부터 평생 동안 랍비에게 유대교 성경인 토라 (Tora)와 탈무드를 배우고 연구한다. 공부가 직업인 셈이다.
길거리에서 이들을 구별해 내기는 어렵지 않다. 남자는 검은색의 모자와 옷, 긴 수염, 허리춤에 늘어트린 흰 끈이 특징이다. 여자는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게 스카프를 쓰고, 흰색 윗옷에 검은색 치마를 입는다. 생활비의 원천은 국가가 주는 연금이지만, 항상 부족해 평생 학생인 남편을 대신해 부인이 부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빡빡한 생활을 더 압박하는 것은 많은 자녀 수이다. 다산이 하나님의 뜻이라 믿기에, 많은 집은 10명이 넘기도 한다.
종교인에 대한 혜택은 초대수상인 벤구리온의 약속 때문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때 종교인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들에게 군대도 면제해 주고, 일하지 않아도 연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당시에는 종교인의 군대 면제가 400명에 불과해 큰 짐이 되지 않았으나, 2010년말 현재는 군 복무를 계속 회피하는 18세에서 41세까지의 전체 종교인의 수가 6만2500명으로 늘어났다. 이 만큼이 일을 하지 않아 이스라엘에 큰 짐이 되고 있다.
일반 유대인과 종교인의 갈등은 크다. 일반 유대인들은 “우리는 군대에 가서 싸우고 일하는데 종교인들은 군대도 안가고 우리들이 낸 세금으로 먹고 산다”고 비난한다. 고집불통인 종교인보다, 적어도 말귀는 통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더 낫다는 극단적인 말도 서슴치 않는다.
그러나 종교인들은 “우리는 하나님의 군대에서 일하며, 우리의 기도 덕분에 이스라엘이 지금처럼 번영하고, 이스라엘이 그동안 치른 여러 전쟁에서 적은 사상자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정부도 종교인들이 경제에 주는 부담을 수시로 얘기한다. 낙하산 부대 출신인 네탄야후 수상도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낙하산병의 등에 무거운 짐이 있으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비유한 바 있다. 종교인들이 일을 하면 이스라엘의 GDP가 1.5%는 더 성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종교인들은 하루에 12시간씩 토라와 탈무드 등을 연구하는데 이들의 집중력, 끈기, 논리적 사고를 IT 분야의 기술개발에 이용하면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얼마 전 이스라엘 최고법원은 종교인의 군대 면제를 명시한 ‘Tal Law’가 국민의 평등권을 부정한다고 판결했다. 물론 종교인들의 불만을 무마하려 네타야후 수상은 대체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 법안에는 종교인들에 대한 완전한 군대 면제보다는 공공부문에서의 대체근무를 현재 보다 더 늘리고, 대체근무를 마친 종교인들에 대해 장학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정교일체는 아니지만 종교인의 정치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강하고 2013년 총선까지 앞둔 가운데, 네타야후 수상은 일반 유대인과 종교인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텔아비브 무역관 이영선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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