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의 중심에서(Au coeur des tenebres)
프랑스 화가 앙투안 베르나르(Antoine Bernhart)는 악을 그려내는 인물이다. 그것도 쾌락을 위한 순수한 상태의 악이다. 그의 그림들을 모은 전시회가 ‘지옥들의 지옥’이란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섹스와 폭력의 결합을 좋아하시는지?
현재 에로티즘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앙투안 베르나르의 그림들은 뭐라 표현하기 어렵게 방문객들을 매혹시킨다. 일부는 ‘공포’를 피해 도망가고 일부는 황홀경에 빠져 악몽을 그려낸 그림들을 감상하고 있다. 개들과 중첩된 여성 인형들은 나무에 묶여있거나, 강간범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붉게 달아오른 스토브 위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눈은 놀라 휘둥그레져 있고, 입은 두려움 때문에 소리를 질러댄다. 배경은 기이하게도 인형의 집이나 오페라 무대로 착각하게 만드는 형태를 하고 있다. 그림 속에서 숲은 지나치게 어둡고, 칼은 더욱 번들거리며, 사형 집행인들은 성적으로 과도하게 흥분해 있다.
도를 넘어선 사드 후작의 강박증을 연상시킨다.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지만, 불만에 찌든 리비도로 채워진 이 기괴한 통음난무의 풍경들은 믿을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다.
앙투안 베르나르는 어떤 의미에서 금욕주의자이기도 하다. 수척한 몸과 예리한 눈을 지닌 그는 끔찍한 이야기와 충격적인 소리들로부터 자양분을 공급받는다. 극단(極端)이라는 흥분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리비도 속에서 절대적인 것을 필사적으로 탐구하는 화가의 노력을 그림은 충격적인 방식으로 반영한다.
“내 그림들은 실현되지 않은 욕망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용품이 아니라는 얘기죠.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나오는 충동들에 자유로움을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상황이 된다면 결과는 훨씬 더 폭력적일 겁니다. 대량 학살의 양태가 덜 미학적이겠지요.”
맘코(Mamcoㆍ스위스 제네바 현대미술관) 관장인 크리스티앙 베르나르(Christian Bernard)는 보다 세련된 다음 문장으로 그걸 표현해내고 있다. “지옥들 중의 지옥이지요. 작가는 예술을 악과 파괴에 연결시키는 해묵은 전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악을 넘어서서 앙투안 베르나르는 완전한 자유를 구가하며 특히 쾌락을 재현해낸다. 그는 자위행위를 하는 것처럼 그림 그리며, 충격적인 섬광 방식으로 자신을 ‘방문하는’ 이미지들을 수첩에 메모한다. 그는 앞주머니에 늘 꽂고 다니는 연필로 이를 신속히 기록한다. 연필들이 그에게는 실탄인 것이다.
그런 다음 서둘러 이미지들을 그리는 데 달려든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제작 중인 작품은 늘 10여개에 달한다. 이미지들이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섹스 호르몬으로 찍은 ‘샷’과도 같은 이미지들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이미지’들은 늘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날 찾아옵니다.
이미지의 내용을 따지는 게 불가능하기에 나는 마치 효모와도 같은 체험들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고자 합니다. 아마 체험들은 내가 만들어낸 작은 연극무대의 배경을 설명해내는 데 일조할 겁니다.”
▶유년기의 검은 숲 “나는 늘 숲 근처에서 살았다. 그곳은 나의 놀이터였다. 나무에 기어올라 몸을 숨기고, 라인 강 홍수 때문에 땅이 잠겼을 때 가지 사이를 옮겨 다니며, 숨기 좋을 만큼 구멍이 난 나무를 찾아내고, 길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며, 구더기가 들끓는 동물 시체를 발견하고, 시신 위로 떨어지며, 사냥감이 가까이 다가오도록 냄새가 지독한 물건들로 위장한 사냥용 망루에 올라가고, 무리와 어울려 소녀들을 유혹하던 시절이었다.”
▶배스커빌의 사냥개 “14~15세 때의 일이다. 친구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숲을 관통하기로 했다. 먼저 떠났던 첫 번째 그룹이 가던 길을 되돌아 소리를 질러대며 뛰어왔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음에 틀림없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나는 무리에서 멀어져 혼자 걷다가 한 교차로에 도달했다. 왼쪽으로 우윳빛이 차고 넘치는 길이 나 있었는데, 그 속에서 검고도 빛나는 거대한 개가 마치 슬로모션처럼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공포와 매혹을 동시에 느꼈다.”
▶조숙한 사디즘 “숲 속에는 자그마한 전나무 숲이 하나 있었다. 아주 촘촘해서 그 속으로 들어가기란 어려웠다. 나는 어둡고 조용한 이 장소를 좋아했다. 보다 성장했을 때 나는 여자 친구들을 거기로 데리고 가곤 했다. 아무도 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불안을 느끼고, 때로는 공포에 질린 그녀들은 나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오솔길 끝까지 함께 가는 경우도 있었다. 가지를 꺾으며 더 멀리 나아가다보면 점점 칠흑과 위험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옷이 헝클어진 우리들은 포식자 앞에서 도망치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지 깨닫곤 했다. 하지만 욕망이 모든 것을 감행하게 만들었고, 공포는 욕망을 가열시킬 따름이었다.”
▶심연의 괴물들 “어느 날 밤 니스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다. 횃불을 들고 동굴에 들어가자면서 친구들이 밤 늦게 나를 찾아왔다. 여정은 힘들었다. 정작 동굴 속에서는 노출되지 않도록 회중전등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검고도 너무나 조용한 물은 위협적인 소리를 발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주 어두운 자연과 위험의 결합은 우리를 흥분시켰다. 동굴 속에서 마침내 횃불을 켰을 때 지하 호수의 심연으로부터 끔찍한 그 무엇이 불을 향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괴물들은 나의 친구들이다 “아주 어렸을 적에 나는 늑대를 광적으로 두려워했다. 나는 늑대, 식인귀, 악마, 그리고 모든 ‘악당’들과 친구가 될 경우 공포심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부모님은 내가 숲에 가는 것을 한 번도 금지하지 않았고, 내가 단념하도록 시도하지 않았다. 단지 ‘멀리 가지 말고, 함께 어울려 있거라’고만 말씀하셨다.
밤에 숲 속에서 공포를 느낄 때가 있었지만, 그 공포는 나를 취하게 한 후 즐거움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포기, 자연과의 합치는 오직 무한한 공포심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지옥들의 지옥(L`Enfer des enfers)’ 전시회는 2010년 5월까지 열린다. 파리 에로티즘 박물관의 주소는 파리 제18구 클리시(Clichy) 거리 72번지이다.
(이미지는 앙투안 베르나르의 작품)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자산가의 저력은 하락장서 나타난다…위기 속 기회 찾는 ‘힘’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1/news-p.v1.20260831.a0fa168d036d4658b6cb03a0502c0de4_T1.jpg?type=h&h=240)
![“고3 딸 학원비 40만원만” 끝내 외면한 전처…자식 마저 버린 ‘나쁜 부모’와 싸우는 그들 [세상&플러스]](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29/news-p.v1.20260829.87d95bef732846b383020b75a70f53a5_T1.pn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