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 붉은 길, 푸르른 마음 (38)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1등석 기내 화장실은 고급호텔의 샤워부스와 전혀 다를 바 없었다. 더구나 그곳이 인도양 상공 수천 미터에 달하는 허공이라는 사실이 그녀의 마음을 더욱 낭만적으로 이끌어갔다. 가끔씩 기체가 흔들려서 넘어질 것만 같은 위기감마저도 은근히 그녀를 흥분시키는 데에 일조하고 있었다.

“뭐 하러 힐을 신고 왔어요?”

“기내용 슬리퍼를 받아둔다는 것이 그만…”

“하이힐 소리에 사람들이 잠에서 깨지 않았을까요?”

“걱정 말아요, 뒤꿈치 들고 걸었어요.”

“하이힐도 뒤꿈치를 들고 걸을 수 있나?”

기내 화장실 조명은 은은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연노랑 빛을 띤 실내 분위기에 제격으로 어울렸는데 아하! 그 연노랑 배경에 강렬하게 어필하는 것이 그녀의 빨간 하이힐이었던 것이다.

“발목이 어쩜 이렇게 섹시해요?”

“아이, 몰라요.”

유호성은 서둘러 허리띠를 풀어내면서 이렇게 감탄했고, 강유리는 그저 흥흥거리며 벌써부터 콧소리를 내고 있었다. 발목이 가늘고 예뻐야 성적 능력이 탁월하다는 소리를 그녀는 곧이곧대로 믿고 싶을 뿐이었다. 하긴 그녀의 발목은 희면서 가늘었고, 복숭아 뼈는 유독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곤 했다.

“문 잠갔어요?”

“그럼요. 떠들지만 않으면 돼요.”

“그런데… 둘이 서있기도 힘들어요. 영화장면에 속은 것 같아…”

“유연하게… 영화주인공처럼 몸을 유연하게 해봐요.”

“그게 맘대로 되나요? 어머나! 넘어질 것 같아. 비행기가 에어포켓 속으로 들어간 것 아닐까요?”

입은 입대로, 손은 손대로… 바빴지만 그들이 서로 긴장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강유리의 스커트는 복도에서 퍼팅 쇼를 할 때부터 이미 옆구리가 훤히 터져있었기 때문에 벗기기도 수월했을 것이다. 미얀마 여인들이 전통적으로 입어왔던 ‘론지’처럼 허리에 한 번 휙 두른 천 조각이나 다름없었다는 말이다.

“그게… 그러니까… 팬티가 발목에 걸려서 자꾸 넘어지려는 거예요. 가만히 서있어 봐요. 내가 벗겨볼 테니까요.”

기내 화장실이 어찌나 좁은지… 두 사람은 몸을 돌릴 수도, 굽힐 수도 없었다. 다행히 거울이 두 면에 붙어있어서 뒷모습을 볼 수는 있었지만 엉덩이 아래로 이어지는 육감적인 하체는 볼 수 없었다. 다만 눈을 내리깔면 야리야리한 그녀의 발목과 그 옆에 붙은 핑크빛 복숭아 뼈만 스쳐 보일 뿐.

“몸을 굽힐 수 없는데… 어떻게 벗겨요?”

“이렇게… 벗기지요.”

“아이… 몰라요.”

유호성은 한쪽 다리를 옆으로 삐쳐 올렸다. 그리고는 발가락으로 고리를 만들어 그녀의 팬티를 발목으로부터 벗겨내기에 성공했다. 스커트는 걸쳤어도 속으로 발가벗겨졌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는 마음이 달뜨기 시작했다. 마음이 달뜨면 그 다음 순서는? 뻔 할 뻔자! 그의 튼실한 지겟작대기가 속옷 속에서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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