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현대경제硏 공동 기획 2020新복지국가] ?4. 교육비·주거비의 덫
과도한 스펙경쟁·취업난… 자녀는 학자금 대출에 신음 부모는 노후 대비조차 못해 학벌주의·대학 서열화 벗고 능력위주 사회분위기 조성을
#두 자녀를 둔 김모(45) 씨는 교육비 부담 때문에 늘 걱정이다. 매월 20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 교육비에 노후 대비 자금은 준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남들 다 다니는 입시학원을 줄이기도 힘들다. 두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 1000만원에 육박하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이라도 줄여서 이사를 가야 할 판이다. 김 씨는 “맞벌이를 하는데, 한 사람의 월급은 고스란히 아이 교육비로 들어간다”면서 “교육비만 줄여도 형편이 훨씬 나아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던 정모(24) 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하루에 아르바이트 두 곳을 뛰면서 매일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졸업을 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는 졸업과 동시에 1800만원의 학자금 대출 원리금까지 갚아야 한다. 빚을 안고 대학에 다니고 있는 셈이다. 정 씨는 “취업이라도 잘 되면 좋을 텐데, 요즘 대학 나와도 취업하기도 힘들고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취업 준비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년층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자녀 교육비 부담’이다. 대학생들은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업은 뒷전이고 학자금 대출 등을 통해 어렵사리 졸업을 해도 취업난으로 인해 대출금 상환을 못한 채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외국과 달리 초ㆍ중ㆍ고교 때는 물론 대학까지 학비 대부분을 학부모가 부담하는 한국적 특성상 등록금 문제는 결국 학부모들에 대한 압박 요인이 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153개 4년제 사립대학 평균 연간 등록금 추정액은 769만원이다.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 평균소득이 400만원임을 감안할 때 두 달 치 소득에 가깝다. 대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전전긍긍하는 이유다.
사교육비 부담도 줄지 않고 있다. 교과부와 통계청이 전국 1081개 초ㆍ중ㆍ고교 학부모 4만6000명을 대상으로 사교육비 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사교육비 규모는 20조1266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중산층 확대를 위해서는 교육비 문제부터 풀고 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하지만 해결도 쉽지 않다. 부모세대들의 지나친 교육열과 맞물려, 교육비는 좋은 직장을 얻어 편안한 생활을 누리기 위한 일종의 투자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 같은 교육비를 다 떠안기에는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진학률은 2008년 83.8%로 정점을 찍은 뒤 2010년 79%, 작년 72.5%로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독일(36%), 일본(48%), 영국(57%), 미국(64%) 등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을 크게 앞선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은 “대학진학률이 80%를 넘을 정도로 고학력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막상 대졸자 가운데 취업을 해서 근로를 하거나 교육이나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이 24%에 달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학력 과잉은 결국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자가 넘치는 상황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하는 고학력 실업자가 계속 늘면서 청년실업자는 이미 100만명을 넘어섰다. 신규 일자리 창출은 한계에 와 있는데 대졸자는 매년 55만명 안팎으로 배출되면서 청년실업이 사회구조적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공교육의 현실화 및 확대와 마이스터고 육성 등 직업기술교육 강화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를 없애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강남훈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위원장은 “대학 서열화는 물론 지나친 경쟁체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또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를 타파해 능력 위주로 사람을 뽑고 사회적 취약계층과 지속적으로 지방대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훈 기자> /par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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