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이정아 기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9일 ‘파나마 페이퍼스’에 포함된 역외기업 명단과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했습니다. ICIJ는 파나마 페이퍼스와 별도로 2013년 조세회피 의혹 취재로 입수한 10여만 개 역외기업의 자료도 이 데이터베이스에 포함했습니다. 따라서 이날 공개된 역외기업 명단은 총 30만 개가 넘습니다.
파나마 페이퍼스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조세도피처에 역외기업을 설립해준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의 내부자료를 입수해 공개한 조세도피·돈세탁 자료를 말합니다. 파나마 페이퍼스로 이름 붙인 ICIJ의 탐사보도 프로젝트에 영국 BBC와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호주 ABC 등 전 세계 109개 언론사가 참여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가 참여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데이터베이스에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홍콩, 미국 네바다 주 등 모두 21개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역외기업과 신탁회사, 재단, 펀드 등의 정보가 담겼습니다. 모색 폰세카는 지난주 ICIJ에 “기밀 정보를 훔친 것”이라며 데이터베이스 공개 중지를 요청했지만 ICIJ는 공익을 이유로 공개를 강행했죠. 다만 개인정보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한국시간으로 10일 오전 3시부터 ICIJ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이 데이터베이스에 누구나 접근해 검색할 수 있습니다.
사이트에 접속해 한국 관련 역외기업을 검색했습니다. 역외기업은 8곳이 나옵니다. 그 이름은 ‘P.F. Marine’, ‘K C Leasing’, ‘New Ocean DX International’, ‘Sodel Enterprises’, ‘Westwood Rich Finance’, ‘Synergie Group Holdings’, ‘First Pacific International Tankers’, ‘Mega Overseas Services’ 등인데요. 파나마에 등록된 K C Leasing는 SK해운이 설립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소지가 한국으로 기재된 한국 이름을 다시 검색하자 175명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명단에 따르면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가 조세회피처인 버진아일랜드에 3곳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세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뉴스타파는 노씨가 부친으로부터 받은 비자금 또는 SK 최태원 회장과 관련된 자금을 처리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보도한 바 있었습니다.
ICIJ 홈페이지에서 한국을 선택하자 역외기업 8곳이 검색된다.
주소지가 한국으로 기재된 한국 이름을 다시 검색하자 175명의 이름이 등장한다.
역외탈세는 국부의 해외 유출이란 점에서 탈세 가운데서도 가장 악질적인 범죄입니다. 공평과세를 비웃고, 헌법적 가치인 조세정의를 유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 지도층이 주로 저지르는 범죄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더욱 큽니다. 봉급생활자들은 연말정산 과정에서의 사소한 오류에 대해서도 여지없이 가산세가 추징되고 있습니다.
외국으로 빠져나간 부당한 소득을 환수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세무 당국의 능력과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전 차단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또 지금이라도 국세청이 거액을 해외로 빼돌린 175명의 한국인 명단을 꼼꼼히 살피고 각 사안에 대해 정밀 검증해야하고요. 지난 3월에 끝난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 과정에서 신고를 하지 않은 탈루 의심자도 철저히 분석해야 합니다.
한편 파나마 페이퍼스가 공개한 데이터베이스에는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 12명의 전·현직 국가원수급 지도자를 비롯해 축구선수 메시, 영화배우 성룡 등 거물급 인사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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