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 동행기는 지난 2월 밀라노 2016 패션위크에 참여했던 패션 브랜드 요하닉스의 이현실 마케팅 이사가 HOOC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남다른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HOOC]지난 2월, 밀라노 2016 패션위크에서는 그간 아시아 디자이너들에게 굳게 닫혀 있던 ‘두오모’ 광장과 ‘갈레리아’ 중심거리를 한국 신진 디자이너의 런웨이로 제공해 화제가 됐다. 당시 현지 언론들은 밀라노 두오모성당의 광장에서 시작해 지하 메인 이벤트홀까지 이어졌던 이번 런웨이가 밀라노에서도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이며, 근래에 보기 힘든 파격적인 연출이라고 호평하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스트릿 런웨이 피날레. 사진=요하닉스 제공
사실 이 행사는 사전 초대를 받은 상태였으며, 뉴욕 패션위크의 쇼 기간 중에 출품디자인을 보며 밀라노에서의 세부계획을 세우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두오모의 이탈리아식 발음(또모) 탓에 우리 쪽 실무진 쪽에서는 이를 밀라노에 있는 작은 성당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행사를 위해 밀라노 본 행사 장소에 도착해, ‘또모’가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두오모 대성당’임을 알고 모두가 부끄러움과 함께 경이로움을 감출 수 없었다. 더욱이 뉴욕패션위크 준비 중에 아쉬웠던 부분까지 세심하게 행사준비를 마무리해 놓은 주최사인 ‘화이트’사가 대단하고 고마울 따름이었다. ▶스트릿 쿠튀르 요하닉스, 밀라노를 수놓다=패션산업 중심지를 화려하게 강타했던 ‘요하닉스(YOHANIX)’는 스트릿 스타일의 웨어러블한 의상에 오트 쿠튀르 특유의 섬세한 소재를 가미한 ‘스트릿 쿠튀르’를 컨셉으로 하는 김태근 디자이너의 글로벌 브랜드다. 지난해까지 주로 유럽과 중국에서 활동하다 보니, 국내보다는 주로 해외에서 잘 알려졌던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에서는 올리버 에게스의 ‘Generation Maybe’에서 영감을 받아, 80년대 태어나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들의 소위 ‘결정장애’를 스토리로 엮어냈다.
두오모 광장 앞 리허설. 사진=요하닉스 제공
‘화려하지만 어두운’ 서로 다른 느낌의 원단을 거칠게 섞어 그 세대가 겪고 있는 갈등을 표현했고, 그 위에 정교하게 제작된 비즈를 장식,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는 패션계의 메인 스트림에 저항하려 했다. 아울러 트렌디한 실루엣과 소재를 사용해 시장성 또한 잡으려는 이중성도 표현했다. 이탈리아 밀라노는 파리, 뉴욕, 런던과 함께 세계 4대 패션위크가 개최되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더욱이 세계 5대 패션위크 도시로의 성장을 시도하고 있는 서울에게는 ‘패션 산업분야의 대선배’격인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디자이너는 물론 모든 스텝들이 긴장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더욱이 그동안 진행해보지 못했던 야외특설무대에서의 런웨이이다 보니 밀라노시와 주최사인 화이트, 그리고 우리 요하닉스까지 모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예보되어 있었으니! 하지만. 이런 것들은 기우였을까? 정해진 공간에서 초대한 게스트들과 진행되던 기존 쇼와는 달리 많은 인파가 몰리긴 했지만, 모델들의 안전을 위해 1대 1로 배정했던 남성 보디가드(경찰)들도 프로모델 같이 보였고, 비 때문에 부득이 지급했던 우산은 쇼 연출을 위한 소품으로 느껴졌을 정도로 밀라노의 야경과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더구나 쇼 배경음악으로 광장과 거리로 흘렀던 색소폰 라이브 연주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비즈니스를 위한 준비들, 아쉬웠던 언어소통=세계적인 패션위크의 가장 큰 이유는 잠재되어 있는 디자이너의 발굴이 분명하다. 이런 패션산업 중심지인 밀라노에서 파격적인 공간제안을 받은 탓에, 현재 요하닉스에는 중국, 유럽, 중동 등 42개의 유명 편집매장 및 백화점은 물론 차기 패션위크에서도 이른 초청제의가 이어지고 있다.
밀라노 패션위크 리허설 장면. 사진=요하닉스 제공
그러나 언어적인 부분은 아쉬움이 컸다. 기존 뉴욕이나 런던은 말할 것도 없었고, 이전 참여했던 파리에서도 영어로 어느 정도의 세일즈 상담이 가능했었다. 하지만 밀라노는 달랐다. 공식행사에서는 주최 측의 통역으로 원활한 업무가 가능했으나, 그 외적인 상황에서는 현지어로만 유일하게 소통이 가능한 분위기였다. 또 이번 쇼는 두 번에 나눠 진행됐는데, 첫번째 쇼는 대중을 위해 두오모 광장과 갈레리아 거리에서. 두번째 쇼는 VIP게스트와 바이어, 그리고 프레스들을 위해 실내의 별도 공간에서 진행됐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쇼 이후의 파티에서 만난 이탈리아로컬 사업자들과의 소통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다음 디자이너들의 진출을 기대하며=이번 밀라노 초청은 ‘컨셉코리아’라는 정부지원사업이 계기가 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참가했던 상해와 뉴욕의 쇼를 본 후 밀라노초청을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런 고마운 계기가 되었던 컨셉코리아를 통해 보다 많은 한국의 패션디자이너들이 글로벌 무대에 설 수 있기를 바란다. 다만 현지에서는 아직은 아시아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 하지만 다행히도 이런 낯선 문화들에 익숙해지기 위해 아시아를 공부하는 중이라는 것을 고려하여 합리적이면서도 실험적인 디자인을 갖추어 도전해 보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이현실 요하닉스 마케팅 이사>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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