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만3309건 매입, 서울거래 23%

서초구는 1년 전보다 71%나 늘어

지난해 서울 비거주인이 구입한 서울 아파트 수가 1년 전보다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몰린 서초구에선 같은 기간 외지인의 아파트 매수가 71%나 급증했다. ‘서울아파트=안전자산’이란 투자 인식이 확고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1만3309건으로 직전년 대비 48.6% 증가했다. 전체 거래(5만8282건) 중 외지인 거래의 비중은 22.8%이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찍은 2023년(24.6%)보다는 소폭 감소했지만 조사 시작 후 평균치(2006년~2024년, 18.8%)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 중에서도 강남 아파트가 투자 안전처’…거래량 집중=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매는 ‘실거주’와 무관해 ‘투자’ 목적으로 분류된다. 실제 지난해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을 살펴보면 가격 하방 압력이 덜한 강남 3구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특히 서초구의 외지인 구입 아파트 건수는 664건으로 전년(388건) 대비 71% 증가했다. 강남구(873건)와 송파구(1130건)에서도 구입 건수가 전년 대비 53%, 38% 늘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방 분들은 서울 아파트 구입 시 주로 언론에 많이 노출되거나 유명한 지역 위주로 문의가 많은데 가격의 접근가능성도 중요하다”면서 “갭 투자가 많은 특성 상 토지거래허가제가 풀리면 진입장벽이 강남3구 중 낮은 송파구에 외지인 거래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체 거래 가운데 외지인 매입비중이 높았던 곳은 강동구(28.1%), 광진구(27.4%), 송파구(26.1%) 순으로 나타났다. 도봉구(16.5%), 강북구(17.7%), 양천구(18%), 중랑구(18.1%)는 20% 이하의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보였다. 특히 강북구의 경우 1년 전(36%) 대비 17.7%포인트 떨어져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강남3구도 외지인의 거래량이 급증했지만, 매입 비중은 축소됐다. 업계에서는 강남3구의 집값을 감당하기에 외지인들의 자금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1년 새 서초구(23.6→21.5%), 강남구(23.4→22.9%), 송파구(29.3→26.1%)순으로 거래비중이 줄었다.

▶“서울 아파트 선호 심화될 것”…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어려워질 수 있어=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최근 2년간 다시 증가 추세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로 다주택자 규제가 심화하던 2021년 1만115건에서 2022년 3425건(22.3%)로 급감한 뒤, 2023년 8955건, 2024년 1만3309건으로 다시 늘었다.

업계에서는 외지인들의 실제 매입 건수는 통계치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한다. 김효선 위원은 “지방에 살지만 청약 등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경우, 자산을 증여하고 자녀의 이름으로 서울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외지인들의 서울 아파트 투자 선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서울 아파트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2019년 96%에서 2022년 93.7% 감소하며 13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외지인들은 서울을 시장의 상대적 안전지대라고 판단하기에 앞으로도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며 “주택을 늘려도 실수요자에게 물량이 돌아가지 못할 수 있어 이런 패턴을 고려한 공급 정책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선 위원은 “과거에는 지방 자산가 위주의 서울 매입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똘똘한 한채’ 및 자산 방어를 위해 서울 주택 매입이 ‘대중화’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수요 경향성의 변화를 반영한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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