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정부가 대외여건 악화와 구조조정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지 열흘이 넘었으나 국회가 심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면서 경제활력을 불어넣는 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추경안의 국회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기대했다. 조선업 등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대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추경 편성 필요성에 정치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약 3주 정도의 심사 기간을 거쳐 이달 12일께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될 것으로 보고, 중순 이후엔 예산의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치권이 본격적인 의정활동보다는 당대표 선출 등 각 당의 정치일정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서별관회의 국정감사, 누리과정 예산, 세월호 특별조사위 기간 연장 등 쟁점에 대한 논란만 거듭할 뿐 추경안 심사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경제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수출은 지난달까지 19개월 연속 감소한 가운데 후반기에도 살아날지 불투명하며, 민간소비도 개별소비세 인하효과 소멸과 김영란법(부정부패 및 금품수수 방지법) 시행을 앞둔 불확실성으로 또다시 절벽에 처할 가능성이 많다. 여기에다 추경까지 지연될 경우 우리경제가 수출ㆍ소비ㆍ재정 등 ‘트리플’ 절벽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최근 발표한 ‘8월 경제동향’에서 “일부 내수 지표의 양호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아직 경제 전반의 회복으로 확산하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경기 회복세가 일시적으로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내수 지표를 보면 6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8.9%, 서비스업 생산은 5.4% 증가했으나 지난해 6월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내수가 얼어붙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저효과 측면이 강하다. 반면 수출과 설비투자 등 제조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7월 수출은 10.2% 줄어 전월(-2.7%)보다 감소 폭이 커졌고, 6월 설비투자는 기계류를 중심으로 감소해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부분적인 회복세마저 지속되기 어려운 사정이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6월로 종료돼 내구재 소비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7월 승용차 판매가 두자릿수의 큰폭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올 1분기 실질 가계소득도 감소세를 보였고, 기업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고용불안이 심화하고 있어 소비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휴가 중이던 지난 4일 강원 춘천의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고용복지 플러스센터를 잇달아 방문해 추경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 데 이어 5일에는 여야 지도부를 만나 이를 재촉구했다.
유 부총리는 춘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추경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슈로 인해 내수 위축과 구조조정에 따른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들이 지체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추경 예산안이 통과되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호소했다.
유 부총리는 “최근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으나 3분기에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되고, 자동차업계 파업과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하방 위험이 큰 상황”이라며 “추경 통과가 지연되면 경기회복세가 3분기에 다시 꺾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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