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국가다. 2015년 기준 총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6.7%로 이탈리아(22.4%), 독일(21.2%) 등 다른 어떤 국가보다 높다. 필자가 거주하는 오사카에도 노인이 많아서, 간혹 한국에 가면 젊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거리가 아주 활기 있게 느껴진다.
고령화 비율 증가는 생산가능 인구 감소, 간병 인력 부족 등의 문제점을 낳는다. 일본의 고령화를 두고 고령화의 덫, 고령화의 비극 등으로 부르는 이유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자국을 ‘고령화 선진국’으로 규정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고령화 문제를 오히려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선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 감소는 로봇 도입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2014년 6월에 결정된 일본재흥전략에서 일본 정부는 로봇혁명을 10대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2020년까지 로봇 시장을 제조 분야에서 현재 2배, 비 제조 분야에서 20배로 확대하여 총 2조 4000억 엔 규모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간병 인력 부족은 다양한 간병 지원 및 커뮤니케이션 로봇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 야노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간병 로봇 시장은 2014년 7억 엔에서 2020년 350억 엔으로 약 50배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고령자를 위한 데이케어 센터도 증가하고 있다. 그 중 일본 최대 유통기업인 이온(AEON)은 기존 쇼핑몰 시설을 활용하여 재활운동이 가능한 데이케어 센터를 2020년까지 50개로 늘릴 계획이다. 화면을 통해 멀리 있는 가족과 대화할 수 있는 냉장고, TV·세탁기 등 소비전력 추이를 통해 고령자의 생활을 주시하는 가전 등이 예이다. 100조 엔이 넘는 거대 실버 시장 개척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간병 도우미가 동행하는 고령자 전문 여행 서비스, 고령자 방문 헤어 살롱 서비스, 치매 예방을 위한 고령자용 아이패드(iPad) 등 IT 교육 서비스부터 요리가 어려운 고령자를 위한 고령자용 간호식, GPS 기능을 탑재한 보행 보조기까지 고령자의 니즈에 맞춘 제품 및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남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경험은 수출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다. 간병용 전동침대 개발·판매기업인 플랏츠(Platz)는 중국의 부유한 고령자를 공략하기 위해 작년 8월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했다.
한국 역시 일본의 고령화 문제를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볼 일이 아니다. 한국의 고령화율은 2015년 13.1%에서 2060년 40.1%까지 높아질 전망으로,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 KOTRA 오사카무역관에서는 올해 4월 서일본 최대 실버 및 복지 전시회인 ‘Barrier Free’에 한국관 운영을 시도했지만, 참가 기업 모집이 쉽지 않아 좌절된 경험이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인도·중국·브라질의 실버시장이 10년 후 2배, 20년 후 4배로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제 우리 기업도 실버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거대 선진시장인 일본 실버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나설 필요가 있다. 우리기업이 일본 실버시장 진출을 통한 일본의 부유한 고령자 세대 공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 실버시장 진출까지 노려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광호
KOTRA 오사카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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