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초유의 ‘일사천리’ 후보 교체…새벽 김문수 자격 박탈 후 한덕수 대선 후보 등록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국민의힘이 10일 새벽 밤샘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김문수 후보 선출을 취소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로, 정당이 선출한 대선 후보를 강제로 교체한 상황이 벌어진 만큼 정치권 파장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8~9일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에 대한 단일화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뒤 이를 근거로 후보 교체에 착수했다.

심야 후보 교체 작업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시경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를 냈고, 1시간 뒤인 오전 2시 10분경 대선 후보자 등록신청 공고를 냈다. 기간은 당일 오전 3시부터 4시였다. 이 사이 한 후보는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국민의힘은 오전 4시 40분에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한 후보를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입당 절차를 마친 한 후보는 “저는 어느 날 갑자기 외부에서 온 용병이 아니다”라며 “한 마음, 한 몸으로 경제를 살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대한민국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그는 “김문수 후보님, 한동훈 후보님, 홍준표 후보님, 안철수 후보님을 포함해 우리 당의 모든 후보님과 지지자 분들도 저와 같은 마음이실 거라고 믿는다”며 “저는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우리는 다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 측에선 아직 별다른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김 후보가 다시 가처분신청을 하거나 선관위 제소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김 후보와 한 후보 측 대리인들은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 주재로 9일 밤 두 차례 단일화 실무 협상을 실시했으나 끝내 결렬됐다. 양측은 10일 ARS 방식의 단일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데 동의했으나, 여론조사 대상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김 후보 측은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하지 않은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실시하자고 주장했지만, 한 후보 측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으로 대상으로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김 후보와 지지자들이 낸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잇달아 기각됐고, 국민의힘은 재선출 작업에 돌입했다. 김 후보 취소 사유는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대선후보 선출에 관한 사항을 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정한다’고 정한 ‘당헌 74조의2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제29조 등’을 들었다.

이후 단일화 선호도 조사를 근거로 한 후보를 최종 후보로 등록했다. 중앙선관위 결정에 따라 해당 조사 결과는 공표되지 않았지만, 한 후보가 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중 ‘한덕수 후보 선출 동의’ 안건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오는 11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대선 후보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전 11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후보 재선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에 나섰던 김무성·유준상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단식 중단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내고 “김문수, 한덕수 두 후보에게 후보 등록 전 단일화를 간절히 호소했지만 결국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할 상황을 맞아 단식을 중단키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