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4일 출범하는 새 정부는 막대한 빚 통장을 넘겨받아야 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월말 기준 국가채무가 1175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결산 시점보다 34조7000억원이 늘었다. 재정적자가 쌓여 빚을 내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쓰는 나라살림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가 1~3월 61조3000억원으로 역대 2번째로 집계됐다. 여기에 13조8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까지 반영하면 역대 최고였던 작년 1분기 적자 규모(-75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은 앞으로 재정을 어떻게 운용하겠다는 건지 묵묵부답이다.

국가 채무 중 세금으로 갚아야 할 빚이 느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를 ‘적자성 채무’라고 하는데, 추경 편성으로 인해 올해 더 큰 폭으로 늘 것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적자성 채무가 885조 이상이 돼 지난해(792조3000억원)와 비교하면 약 12% 증가한다. 전체 국가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진작과 경기 부양 등의 필요성으로 차기 정부 출범 후 2차 추경이 편성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대선과 3년간 국정 운영 내내 ‘건전재정’을 표방했음에도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이번 조기 대선에선 아예 재정 관련 논의나 정책 제시가 사라졌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공약을 발표하면서도 재원 대책은 미진하기 짝이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각 정책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과 관련, “정부재정 지출구조 조정분, 2025~2030 연간 총수입증가분 등으로 충당”이라는 똑같은 문구만 반복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기존 예산 재조정, 국비·지방비·공공기금 활용, 투자 유치” 등을 적당히 나눠 붙였다. 두 후보 공히 각종 감세와 세제 혜택 공약은 내놨지만, 증세와 세수 확대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내외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한 때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전(前) 정부의 긴축 운용 기조와 역대급 세수 결손, 감세 정책으로 인한 재원 부족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올해 처음으로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도 나왔다. 재정 건전성 악화를 경고하며 경기 부양 정책과 미래 세대 부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전문가의 권고도 있었다. 재정은 국가신인도 유지와 경제 위기 대응 최후 보루다. 대선후보들은 더 이상 재정운용 기조와 세수 확보 방안에 침묵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