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이 심상치 않다. 정부의 8월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의미하는 ‘구인배수’가 0.44로 떨어졌다. 전년 동월(0.54)보다 하락한 건 물론, 8월 기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7년만에 최저치다. 신규 구인 인원은 15만5000명으로 작년보다 15% 줄었고, 반대로 구직자는 35만2000명으로 4.1% 늘었다. 일자리 1개를 놓고 2.27명이 경쟁하는 셈이다.
특히 제조업 고용 부진이 심각하다. 감소한 구인 인원 중 60% 가까이가 제조업에서 발생했다. 자동차·금속가공·섬유·기계장비·고무·플라스틱 등 전통 제조업 일자리가 급격히 줄었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 역시 외국인 증가분을 제외하면 2만8000명이나 감소했다. 제조업 고용부진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 건 단순히 경기부진으로만 볼 수 없다. 중국 저가 공세와 미국 관세 조치로 인한 제조업 경쟁력 약화에 내국인 중소기업 기피현상까지 겹쳐 고용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청년층 상황은 더 심각하다.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는 9만2000명이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은 18만명 넘게 증가했다. 청년층 고용 기회가 줄어드는 대신, 고령층 재취업이나 단순 노동 위주 일자리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쉬는 청년’ 인구는 42만명으로 12개월 연속 증가세다. 구직 의욕마저 상실한 채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청년이 일하지 않으면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결혼·출산·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단기성 일자리를 만드는 걸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좋은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 청년들이 구직을 포기하는 것도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기업이 투자하고 신나게 일할 환경을 조성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정책만 잇따르고 있다. 노동시장 양극화도 문제를 키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대기업 대비 65% 수준에 불과하고, 나이가 들수록 더 떨어져 50대 초반에는 42% 수준까지 내려간다. 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청년층은 기피하고 핵심 인력은 떠나 중소기업 인력난이 심각하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일자리 환경이 질적으로 바뀌는 시대에 상황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렇다할 정부의 해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8일 여야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민생경제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니, 청년고용과 기업활력을 높일 방안부터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일자리가 민생의 첫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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