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정부가 캄보디아 등지에서 불법 스캠(사기)센터를 운영해온 범죄 조직을 제재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외국인들을 유인·감금·고문하며 온라인 금융사기와 자금 세탁 등에 동원해온 업체가 대상이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한국인 대학생 살해 사건과 범죄유형이 유사하다. 우리 정부는 이제야 실태 파악에 나서고 캄보디아 현지에 합동대응팀을 급파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미국과 영국은 진작부터 범죄의 규모와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이어졌던 국민들의 신고를 간과·무시한 것은 물론이고, 국제공조나 해외 정보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그대로 드러났다.
미·영이 밝힌 제재 대상은 ‘프린스 그룹’과 그 회장인 천즈다. 이들은 여러 업체를 두고 부동산·레저·엔터테인먼트·가상화폐 사업을 해왔다. 특히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기반으로 대규모 스캠센터를 운영했으며 가짜 구인 광고로 외국인들을 모집·납치해 범죄를 자행하도록 강요했다. 미 재무부는 캄보디아 소재 금융기업 ‘후이원 그룹’도 제재대상에 포함시켰는데, 사기·탈취로 확보한 가상화폐 자금을 세탁해온 혐의다. 미·영 정부는 관련 업체들의 자산 동결·금융거래 차단·가상화폐 압류 등에 나섰고, 천즈 회장을 대상으로는 온라인 금융사기와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는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국제적이고 조직적인 수준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개인 차원의 예방이나 주의, 대응만으로는 막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우리 대사관은 “피해자 직접 신고”라는 현지 경찰 원칙을 반복하며 가족들의 신고에 무대응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외교 당국에 신고된 캄보디아에서의 우리 국민 납치·실종·감금 신고는 지난해 220명, 올해 8월까지 330명에 이른다. 이 중 80여명은 여전히 안전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이마저도 정확한 수치는 경찰과 외교당국간 ‘교차 확인’되지 않았다. 선제적이고 범정부적인 대처가 절대적임에도 미온적이고 수동적으로 임한 것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또 전·현 정부 책임으로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국민 보호는 정권에 따라 달라질 수 없는 국가의 제1 책무다. 진로가 막막한 우리 젊은이들이 취업 미끼에 속아 타국에서 맞고 죽어갈 때 정권 유지와 탈환에만 목매고 있었던 게 과연 누구인가. 위험에 처한 우리 국민들을 모두 안전하게 귀국시키고 피해 실태와 범죄 진상을 낱낱히 규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책임을 방기한 관료들의 과오를 엄중히 묻고 사후 대책도 철저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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