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 상황이 심상치 않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전국 2275개 제조기업 중 75%가 올해 영업이익이 연초 목표치에 미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멈춰섰던 2020년보다 높은 수치다. 적자를 예상한 기업도 32%로, 흑자를 전망한 27%보다 많다. 세계 경기 둔화, 미국 고관세, 원자재 가격 상승, 내수 소비 위축 등 겹겹의 악재가 제조업을 압박하고 있다.
기업들이 비용 부담으로 가장 크게 꼽은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42.5%)과 ‘인건비 상승’(30.4%)이다. ‘관세 증가’(8.9%)와 ‘이자 등 금융비용’(8.0%)이 뒤를 이었다.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을 해도 손해만 쌓이는 구조가 된 것이다. 지난해 흑자였던 기업이 올해 적자로 돌아설 비율이 7.1%로,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응답(3.1%)의 두 배를 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중소기업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 제조업체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관세 충격을 감당하기 어렵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섬유, 철강, 기계, 화학 등은 치열해진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수출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각종 규제 법안으로 기업 현장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등 연이은 규제는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대한상의 조사에서 법·제도 부담이 가중됐다고 답한 기업은 44.3%에 달해, 부담이 감소했다는 5.2%의 8배를 넘는다. 현실적 경영 여건을 고려한 완화 정책 대신 세진 규제가 남발된 결과다. 특히 일괄적 규제로 인해 중소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 제조업은 국내 총생산의 약 24%를 차지하고, 전체 고용의 약 15%를 떠받치는 근간 산업이다. 제조업 위축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공급망 전환 시기에 제조업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제조업이 흔들리면 수출, 고용, 세수, 지역경제가 동시에 타격을 받는다. 실제 제조업 취업자는 15개월째 감소세다. 제조업 인력 감축이 이어지면 청년층의 일자리 사다리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국내외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시점에는 규제를 풀고 제조업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규제 부담을 대폭 줄이고, 신기술·신산업에 대한 규제는 과감히 유예해야 한다. 기존 산업의 구조적 전환도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고도 기술 산업과 인공지능(AI) 전략을 내세워도 이를 뒷받침할 제조업 기반이 허약하면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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