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한 이후 국제 자산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워시 후보자가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라는 평가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발맞출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에서 크게 엇갈린 가운데, 금·은값과 비트코인이 폭락했다.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미승인을 빌미로 트럼프 행정부에 관세 인상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엔 이중 삼중의 부담이다.
워시에 대한 시장의 당혹스러운 반응은 이제까지 그의 이력과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보여온 행태 간의 불일치에서 기인한다. 워시는 그동안 연준의 양적 완화, 즉 ‘돈풀기’에 반대해온 인사다. 그러나 제롬 파월 현(現) 연준 의장에 대폭의 금리인하를 촉구하며 공공연히 사임 압박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시를 지명하면서 “그는 분명히 금리 인하를 원한다”라고까지 했다. 이날 하루 국제 금값은 9.8%, 은값은 27.7%가 떨어졌고 비트코인은 8만달러선이 무너졌다. 일단 시장은 워시를 ‘매파’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크먼은 워시에 대해 “매파가 아니라 정치적 동물에 불과하다”고 했다. 민주당 정부 때는 긴축통화를 주장하고 경기 부양에 반대했으나 트럼프 집권 후엔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 인플레이션 2%, 연준 독립성 유지 등을 워시가 달성하기 어려운 3가지 과제로 꼽았다.
요컨대 현재로선 워시가 트럼프가 공언해온 대로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낼지, 유동성 풀기를 축소하거나 중단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 우리로선 환율 안정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워시가 매파로서의 면모에 충실하다면 강달러와 외국인 투자 유출 등 리스크가 커진다. 우리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부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하며 관세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2일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달말~3월초 대미투자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비준동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리가 사실 그간 너무 친절했다”며 관세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정부 내내 관세를 무기로 한 한국 정부 흔들기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파월에서 워시로의 연준 의장 교체로 가중되는 통화 정책 불확실성은 우리 외환·투자 시장과 환율·물가 리스크를 키운다. 이럴 때일수록 민과 관, 여당과 야당, 정부·국회·기업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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