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교역을 보장하던 국제기구들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됐다. 국제정세의 흐름 파악은 이제 비즈니스의 핵심 활동이 되고 있다.
중견국, 약소국들은 싫든 좋든 패권국의 장기판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이 판에는 냉혈한 전략이 흐른다. 큰 포석에서 작은 희생은 자주 감수되기도 한다. 지정학적 인식과 대비가 필요하단 뜻이다.
이번 전쟁도 미·중 패권다툼의 긴 맥락 안에 있다. 양자의 전략적 경쟁 속에서 우리의 위치가 원치 않게 재구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거대한 흐름에 비즈니스는 격렬하게 흔들린다. 흔들린다고 다 위험한 것은 아니다. 흔들림 속에서도 기회요인은 살아 있고 포착될 수 있다.
그러나 상당 기간 기존 공급망이 위태로워지며 원가가 치솟는다. 구매·제조·물류·판매에 이르는 전 사슬에서 국제정세에 기반한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이 개입돼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혼란기에 더욱 절감되는 것이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이다. 비용효율을 빌미로 한 단수의 공급망이 위험하다는 점은 이번 전쟁을 통해 다시 한번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두터운 재고전략으로 충격을 일시적으로 흡수할 순 있지만 근본적 대응책은 못 된다.
복수의 중첩적 공급체계는 백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또 공급망 안에서 핵심 자원에 대한 수직적 통합의 이점도 새삼 학습하게 된다.
하지만 내재화하지 못한 비핵심 자원들도 혼란기엔 적잖은 문제를 일으킨다. 고기술 고품질의 자원 뿐 아니라 그렇지 못한 자원들도 공급망 안에서 적기에 기능하도록 해야 하는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국제정세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진데 따른 문제다.
국제기업, 글로벌기업의 비즈니스란 세계질서의 재편과정에 밀접히 연관돼 운영될 수밖에 없다. 국제정세의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고 파악해 그 통찰을 의사결정에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생산성본부 신성철 고문은 최근 강연에서 “세계질서의 흐름, 지정학적 통찰이 기업활동에서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번 전쟁에서 보듯 세계질서는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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