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보고,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입니다. 올바른 정보, 발 빠른 분석은 미국 주식 투자의 출발점이자 도착지입니다. 그 여정을 함께 하겠습니다. ‘서학개미 주식회사’에서 고민과 질문의 해답을 풀어봅니다.
[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지구에 소행성이 떨어지거나 기후 재앙이 온다면? 인류가 한 행성에만 사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겠다는 엉뚱하고도 거대한 집념에서 출발했습니다. ‘민간 우주 시대’라는 상상을 현실로 만든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에 나섭니다.
스페이스X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예비 심사 신청서를 비공개 방식으로 제출했습니다. 상장 목표 시점은 오는 6월로 알려졌습니다.
목표 기업가치는 1조7500억달러(약 2600조원)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페이스X가 IPO 목표 기업가치를 2조달러로 상향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와 인수합병을 진행했는데요. 당시 통합 법인의 가치는 약 1조2500억달러로 평가됐습니다. 만약 스페이스X가 목표 가치로 상장에 성공할 경우 단숨에 글로벌 시가총액 6위에 올라섭니다.
공모 규모 역시 전례 없는 수준이 될 전망입니다. 시장에서는 최소 400억달러에서 최대 7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19년 사우디아람코가 세운 기록(290억달러)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망할 뻔한 로켓 회사’…어떻게 우주 패권 기업이 됐나
블록버스터 급 IPO로 글로벌 자본시장을 흔들고 있는 스페이스X. 도대체 어떤 회사일까요.
때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론 머스크는 오랫동안 ‘인류는 언젠가 지구 밖으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 뿌리에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SF소설 ‘파운데이션’이 있습니다. 제국의 몰락을 예측한 천재가 인류 문명의 암흑기를 줄이기 위해 거대한 계획을 세운다는 이야기인데요. 머스크는 여기서 하나의 결론을 끌어냈습니다. 인류에게는 지구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며, 생존을 위한 ‘플랜 B’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스페이스X의 궁극적인 목표도 인류를 ‘다중행성종’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2029년에 인류를 화성에 보내고 2050년까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화성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머스크가 제시한 비전입니다.
문제는 화성에 가기 위한 로켓이 없다는 것이었죠. 머스크는 구소련 시절 개발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조해 발사체로 활용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항공우주 컨설턴트 짐 켄트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저는 일론 머스크입니다. 인터넷 억만장자이고 페이팔과 엑스닷컴을 창업했습니다. 엑스닷컴을 컴팩에 1억6500만달러에 팔았습니다. 평생 해변에서 마이타이를 마시며 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여러 행성에 사는 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가능성을 제 돈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러시아 로켓이 필요합니다.
두 사람은 곧 러시아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로켓 설계자들은 로켓 판매를 거부하거나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제시했습니다.
머스크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노트북을 꺼내 로켓 제작 비용을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알루미늄과 구리, 탄소섬유 등 원자재 가격을 따져보니 로켓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기존 항공우주 산업에 상당한 비용 거품과 비효율이 존재한다고 판단한 거죠.
“로켓을 직접 만들고 재사용할 수 있다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머스크는 2002년 5월 스페이스X를 탄생시킵니다.
머스크는 페이팔 매각으로 얻은 자금 가운데 1억달러를 투입해 첫 로켓 ‘팰컨1’ 개발에 나섰습니다. 세 번의 발사 실패 후 2008년 궤도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민간이 개발한 액체연료 로켓 가운데 최초의 성공 사례였습니다.
이후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 ‘팰컨 9’을 개발하며 우주 산업의 비용 장벽을 무너뜨렸습니다. NASA는 동일한 급의 로켓을 NASA가 직접 개발할 경우 약 4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실제 개발에 쓴 돈은 4억달러에 불과합니다.
비용 혁신은 시장 장악으로 이어졌습니다. 2024년 기준 스페이스X는 총 2390개의 위성 및 우주선을 궤도에 올렸습니다. 이는 전 세계 전체 발사 개수의 약 83%를 차지합니다. 글로벌 우주 발사 시장이 한 민간 기업의 손에 쥐어진 셈입니다.
로켓보다 빠른 성장…스페이스X 매출 규모는
스페이스X의 사업 구조는 크게 두 축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위성 인터넷 사업인 스타링크와 로켓 발사를 담당하는 발사 서비스입니다.
먼저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망을 통해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구독 기반 서비스로 반복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를 갖고 있죠. 현재 스페이스X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효자 상품’입니다.
또 다른 축은 발사 서비스입니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 펠콘9을 통해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NASA와 국가 안보 기관, 민간 위성 사업자 등이 주요 고객입니다. 스페이스X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발사 빈도를 기록하며 발사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스페이스X의 실적 성장세도 가파릅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매출은 2020년 이후 올해 연평균 약 4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5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올해엔 200억~238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사업별로 보면 스타링크 매출이 약 187억달러로 전년 대비 약 8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발사 서비스 매출은 약 48억달러로 약 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수익성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스타링크 가입자 증가가 수익성 개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약 80억달러에서 올해 약 11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파른 성장세는 스페이스X가 IPO 시장에서 1조7500억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는 핵심 근거로 평가됩니다.
“화성 가기 전엔 상장 없다”…머스크가 입장 바꾼 이유
일론 머스크는 그간 화성 정기 운행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상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재무 부담이 큰 우주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비상장 기업의 위치를 유지한 점이 스페이스X를 미국에서 가장 비싼 비상장 기업으로 키운 배경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머스크의 우주 데이터센터 개발이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중장기 목표였던 궤도 데이터 센터 개발이 지난해부터 머스크에게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머스크가 IPO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자금 조달 필요성 때문입니다. 머스크는 태양광 발전을 기반으로 한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구상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수백억달러 규모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I 인프라 경쟁도 배경으로 꼽힙니다. 업계에서는 xAI의 인프라 투자 비용이 월 10억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상장을 추진 중인 오픈AI, 앤트로픽 등과의 경쟁에서 자본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입니다.
역대급 IPO…‘머스크 팬덤’ 자금 몰리나
스페이스X의 상장 방식은 여러 면에서 파격적입니다. 우선 공모 구조에서 개인 투자자 배정 비율이 눈에 띕니다. 통상 IPO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물량은 전체의 5~10% 수준입니다. 스페이스X는 이를 최대 30%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머스크의 ‘팬덤력’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상장 후 예상 유통주식 비율은 약 3~5%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일정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5월 말 로드쇼를 시작으로, 6월 8일에는 21개 은행 125명의 분석가를 대상으로 투자 설명회를 엽니다. 6월 11일에는 개인 투자자 1500명을 초대해 설명회를 열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배구조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상장 이후에도 머스크가 경영권을 쥘 수 있도록 이중 의결권 구조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주주가 늘어도 의사결정은 머스크 한 사람이 한다는 뜻입니다.
거래소 협상력도 남달랐습니다. 스페이스X는 조기 지수 편입을 나스닥 상장의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소 나스닥은 유통주식 비율 최소 요건(10%) 폐지, 지수 편입 대기기간 단축(15거래일), 기존 주주 락업(180일) 면제 등 이례적인 규정 개편으로 화답했습니다. 스페이스X를 잡기 위해 거래소가 규칙을 바꾼 셈입니다.
‘머스크 제국’ 재편되나…테슬라 합병설 부상
스페이스X 상장 이후 시장의 관심은 머스크가 구축해 온 ‘머스크 제국’의 향방에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 가능성이 가장 큰 관심사로 꼽힙니다.
바클레이즈의 애널리스트 댄 레비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일론 머스크가 결국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합병해 ‘일론 주식회사’와 같은 더 큰 회사를 만들 계획이 있는지 여부”라고 밝혔습니다.
레비는 “현재 시점에서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머스크가 자신의 기업들이 점차 하나의 생태계로 수렴하고 있다고 언급해 온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데요. 실제로 그는 최근 테슬라·스페이스X·xAI 간 협력 프로젝트를 잇달아 공개하며 사업 간 연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연재에서 다룬 반도체 공장 ‘테라팹(Terafab)’이 있죠. 테슬라·xAI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합하는 AI 에이전트 ‘디지털 옵티머스(Digital Optimus)’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머스크는 우주 공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지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테슬라의 AI 기술을 우주 산업에 적용하겠다는 장기 비전도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같은 협력 구상이 공개되면서 시장에서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이상수 iM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합병하는 구조일지, 혹은 별도의 법인을 설립할지 여러 의견으로 나뉘고 있으나, 어떤 시나리오든 두 업체의 결합은 최근 모멘텀이 부재했던 테슬라에게 새로운 모멘텀과 밸류에이션 논리를 부여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와 함께 스페이스X 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상장을 미뤄왔던 오픈A와 앤트로픽(Anthropic) 등 대형 AI 기업들의 IPO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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