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경기 평택캠퍼스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지난 23일 당일 야간 시간대 파운드리 생산 실적이 58.1% 급락하고 메모리 생산도 18.4% 감소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는 5월 중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로, 30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국가 핵심 산업을 볼모로 한 과도한 집단행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KB증권에 따르면 18일간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 36%, 낸드플래시 32%를 감안할 때 글로벌 공급 차질 규모는 D램 3~4%, 낸드 2~3%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1년간 10배 이상 급등한 D램 가격 역시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생산설비 정비와 수율 회복에도 2~3주가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공급 차질 여부를 묻는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생산 차질 피해보다 더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신뢰 자산의 소멸, 고객사 이탈에 따른 영구적 시장 상실, 투자 지연에 따른 기회비용 손실, 인적 자본 이탈, 국가 리스크 상승 등 복합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공급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글로벌 고객사들은 TSMC 등 대체 공급선 검토에 나설 수밖에 없고, 한 번 돌아선 고객을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다.
지금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영업이익의 15% 성과급은 적정성 논란이 크다. 반도체 산업은 단기 실적보다 수십 년간의 연구개발 투자와 대규모 설비 투자를 축적해온 결과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자체의 용수· 전기 등 인프라 지원도 한몫을 했다. 더구나 지금의 실적은 AI(인공지능) 수요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이 큰 측면이 있다. 단순히 노동의 성과로만 판단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삼성은 1년 전만 해도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국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AI붐을 타고 경쟁력을 회복하고 만년 적자인 파운드리에서도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공급을 따내면서 자리를 잡아가려는 참이다.
파업으로 생산을 멈추겠다는 것은 어렵게 폭풍을 견뎌낸 과일이 채 익기도 전에 나무를 베어버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대만의 TSMC는 안정적인 공급과 굳건한 반도체 생태계로 국가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성과 보상을 노사 협상이 아닌 회사 정관에 따라 상한선을 두어 무리한 이익배분을 막고 있다. 우리도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와 투자 여력을 함께 고려한 책임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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