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마스터 품은 라이브 공연 인프라 기업

테일러 예매 대란서 시장지배력 논란 확산

법률비용에도 티켓팅·스폰서십 지표 견조

티켓마스터라는 이름이 전 세계 팬들에게 각인된 계기는 2022년 11월 에라스 투어 예매 대란이었다. 당시 팬들은 티켓마스터 사이트에서 표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온라인 대기열에 갇혔고, 접속 지연과 오류가 이어졌다. 일반 판매는 결국 취소됐다. 티켓마스터는 사전 예매에서 200만장 넘는 티켓을 판매했지만, 높은 티켓값과 수수료, 암표, 재판매 시장 문제까지 함께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2023년 8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에라스 투어’ 공연을 하는 모습. [마이클 트랜/AFP]
티켓마스터라는 이름이 전 세계 팬들에게 각인된 계기는 2022년 11월 에라스 투어 예매 대란이었다. 당시 팬들은 티켓마스터 사이트에서 표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온라인 대기열에 갇혔고, 접속 지연과 오류가 이어졌다. 일반 판매는 결국 취소됐다. 티켓마스터는 사전 예매에서 200만장 넘는 티켓을 판매했지만, 높은 티켓값과 수수료, 암표, 재판매 시장 문제까지 함께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2023년 8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에라스 투어’ 공연을 하는 모습. [마이클 트랜/AFP]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한 상장사가 있다.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다. 한국으로 치면 대형 공연기획사와 인터파크티켓·예스24티켓 같은 예매 플랫폼, KSPO돔·고척스카이돔·인스파이어아레나 같은 대형 공연장 운영·대관 영향력이 한 회사 안에 묶인 구조에 가깝다.

시가총액만 놓고 보면 라이브네이션은 넷플릭스의 10분의 1 안팎에 그친다. 그런데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라이브네이션과 자회사 티켓마스터는 “800파운드 고릴라”에 비유됐다. 너무 커서 누구도 무시하기 어려운 지배적 존재라는 뜻이다. 기업의 덩치보다, 공연 시장에서 관객이 표를 사고 공연장에 들어가는 통로를 쥔 구조가 문제로 지목된 것이다.

재판은 끝나지 않았지만 해외 리서치는 목표주가부터 높여 잡고 있다. 규제당국이 겨냥할 만큼 압도적으로 성장한 티켓 판매망과 공연장 네트워크가 이 회사가 공연 수요를 매출과 이익으로 바꾸는 기반으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리처드 블루멘털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2026년 5월 18일 워싱턴DC 의회에서 열린 라이브네이션-티켓마스터 독점 관련 민주당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블루멘털 의원은 앞서 라이브네이션-티켓마스터를 “800파운드 고릴라”에 비유하며 시장지배력을 비판한 바 있다. [톰 브레너/로이터]
리처드 블루멘털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2026년 5월 18일 워싱턴DC 의회에서 열린 라이브네이션-티켓마스터 독점 관련 민주당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블루멘털 의원은 앞서 라이브네이션-티켓마스터를 “800파운드 고릴라”에 비유하며 시장지배력을 비판한 바 있다. [톰 브레너/로이터]

예매창 넘어 공연장·부킹권까지…라이브네이션 결합 구조가 쟁점

티켓마스터는 미국 대형 공연 예매 창구다. 한국으로 치면 인터파크티켓이나 예스24티켓 같은 플랫폼에 가깝다. 2010년 합병으로 티켓마스터를 보유하게 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가 라이브네이션이다. 라이브네이션은 공연을 기획하고, 공연장을 소유·운영하거나 일정 배정 권한인 부킹권을 확보하며, 자회사 티켓마스터를 통해 표 판매까지 담당한다.

앞서 티켓마스터라는 이름이 전 세계 팬들에게 각인된 계기는 2022년 11월 에라스 투어 예매 대란이다. 당시 팬들은 티켓마스터 사이트에서 표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온라인 대기열에 갇혔고, 접속 지연과 오류가 이어졌다. 일반 판매는 결국 취소됐다. 티켓마스터는 사전 예매에서 200만장 넘는 티켓을 판매했지만, 높은 티켓값과 수수료, 암표, 재판매 시장 문제까지 함께 도마에 올랐다.

당시 논란은 예매 시스템을 넘어 라이브네이션의 독점 논란으로 번졌다. 팬들이 체감한 문제는 표를 사기 어렵다는 불편이었지만, 규제당국이 들여다본 쟁점은 더 컸다. 표를 파는 창구와 공연을 여는 회사, 공연장 네트워크가 한 그룹 안에 묶이면 경쟁사가 얼마나 들어올 수 있느냐는 문제였다. 미국 법무부는 라이브네이션이 공연 기획, 공연장 네트워크, 티켓 판매망을 결합해 경쟁사의 공연장·아티스트 접근을 제한했다고 봤다.

2024년 미국 법무부와 주정부들이 제기한 반독점 소송은 올해 3월 법무부와 라이브네이션의 잠정 합의 이후에도 주정부 측 청구가 남으면서 계속됐다. 4월 15일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라이브네이션과 티켓마스터가 미국 주요 공연장·티켓팅 시장에서 반경쟁적 독점을 유지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는 최종 확정 판결이 아니라 배심원 평결 단계다. 손해배상 규모와 구조적 조치 여부는 법원이 정하게 되며, 라이브네이션은 평결에 이의를 제기하고 불리한 결정에는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조적 조치는 티켓마스터 분리, 일부 공연장 매각, 계약 관행 변경처럼 회사의 사업 구조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를 뜻한다.

미국 워싱턴DC 법무부 청사에서 2023년 8월 1일 촬영된 미국 법무부 표장. [J. 스콧 애플화이트/AP]
미국 워싱턴DC 법무부 청사에서 2023년 8월 1일 촬영된 미국 법무부 표장. [J. 스콧 애플화이트/AP]

주당순손실 기대치 하회하고 사법 리스크 남아있지만…주가는 웃었다

그간 주가는 재판 관련 뉴스와 실적 발표를 거치며 출렁였다. 3월에는 티켓마스터 강제 매각이 법무부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은 점이 호재로 작용했지만, 4월 배심원 평결 이후 손해배상과 구조적 조치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다. 주가는 4월 29일 153.13달러까지 밀린 뒤, 실적 발표 내용이 반영된 첫 정규거래일인 5월 6일 167.82달러로 반등했다.

눈에 띄는 점은 1분기 실적에 법률 비용이 먼저 반영됐다는 점이다. 라이브네이션은 4억5000만달러 규모 법률 충당금을 반영하면서 3억7100만달러 영업손실을 냈다. 충당금은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손실을 회계상 미리 비용으로 잡는 항목이다. 소송이 모두 끝나 비용이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지만, 정부 조사와 소송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 손실을 먼저 반영한 것이다. 이 영향으로 주당순손실(EPS·주식 1주당 손익)은 1.85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0.36달러 손실보다 크게 부진했다.

다만 시장은 회계상 손실보다 본업 흐름에 더 주목했다. 1분기 매출은 38억달러로 전년 대비 12% 늘었고,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사업 흐름을 보여주는 조정영업이익(AOI)은 3억7100만달러로 9% 증가했다. 법률 비용 탓에 손익과 EPS는 흔들렸지만, 공연 수요와 티켓팅·스폰서십 지표는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 주가 반등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로이터]
[로이터]

티켓팅·스폰서십 이익이 실적 견인…해외 리서치 목표주가 ‘상향’

실제 라이브네이션의 실적 구조를 보면, 공연 자체보다 공연을 둘러싼 유통망에서 이익이 더 크게 발생한다. 콘서트 부문 조정영업이익은 300만달러에 그쳤지만, 티켓팅 부문은 2억5600만달러, 스폰서십·광고 부문은 1억6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콘서트는 관객을 모으지만 출연료와 무대 설치비, 인력·운송비 부담이 크다. 반면 티켓팅은 표가 팔릴 때마다 수수료가 붙고, 스폰서십은 공연장과 투어에 브랜드 협찬·광고를 붙여 수익을 내는 사업이다. 예컨대 대형 공연장 이름에 기업 브랜드가 붙거나, 투어 공식 후원사로 카드사·통신사·음료 업체 등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공연 수요가 커질수록 표 판매와 현장 광고·협찬 기회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대형 공연 문화 확산도 라이브네이션의 본업 지표를 밀어 올리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나 BTS 같은 K팝 스타디움 투어처럼, 글로벌 아티스트의 공연은 이제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 도시 단위 소비와 팬덤 이동을 동반하는 이벤트다.

라이브네이션의 1분기 콘서트 팬 참석 수는 2400만명으로 전년 대비 7% 늘었고, 티켓팅 부문에서 처리한 수수료 부과 티켓은 8100만장에 달했다. 회사는 올해 대형 공연장 일정의 85% 이상을 이미 예약했으며, 4월 말 기준 올해 예정 공연 티켓 판매량도 1억700만장을 넘어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고 밝혔다. 공연 수요가 현장 관객, 티켓 처리량, 향후 예약 지표로 동시에 확인된 셈이다.

[AFP]
[AFP]

해외 리서치 기관들도 소송을 부담 요인으로 보면서도, 이것이 곧바로 라이브네이션의 사업 구조를 무너뜨릴 사안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실적 발표 전 미국 리서치회사 벤치마크는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190달러를 유지했다. 4월 배심원 평결 이후에도 미국 금융그룹 시티즌스 산하 리서치와 뱅크오브아메리카 계열 증권사 BofA증권, 미국 독립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리서치 부문 에버코어ISI 등은 라이브네이션이 티켓마스터를 강제로 떼어내거나 사업을 크게 바꿔야 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법률 문제는 남아 있지만, 공연 수요와 티켓팅·스폰서십 실적이 이를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달 실적 발표 뒤에는 미국 투자은행 구겐하임증권이 목표주가를 기존 192달러에서 197달러로 올리고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구겐하임은 1분기 조정영업이익 3억7100만달러가 자사 예상치 3억4000만달러와 시장 컨센서스 3억3700만달러를 모두 웃돌았다고 봤다. 콘서트 파이프라인, 티켓 판매량, 평균 총수입, 판매율, 스폰서십 등 2026년 선행 지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2026년 조정영업이익 전망치를 26억7000만달러에서 27억3000만달러로 상향했다.

커지는 공연시장이 라이브네이션 ‘뒷배’

라이브네이션은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처럼 콘텐츠를 화면과 이어폰 안에서 유통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팬을 공연장으로 이동시키고, 표 판매와 현장 경험, 스폰서십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오프라인 플랫폼에 가깝다.

마이클 라피노 라이브네이션 최고경영자(CEO)의 발언도 이 차이를 드러낸다. 그는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디지털화되고 AI 기반으로 변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인간적 연결에 대한 세계적인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말했다. 온라인 콘텐츠 소비가 늘어날수록, 같은 공간에서 아티스트와 직접 연결되는 공연의 희소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라이브네이션의 매력과 위험은 같은 구조에서 나온다. 대형 공연 시장이 커질수록 티켓 판매망과 공연장 네트워크의 가치는 커지지만, 바로 그 통합 구조가 반독점 규제의 표적이 된다. 앞으로 시장이 확인할 것은 법률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졌는지가 아니라, 규제의 테두리 안에서도 이 오프라인 공연 플랫폼이 공연 시장의 성장성을 얼마나 실적으로 가져갈 수 있느냐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