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보고,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입니다. 올바른 정보, 발 빠른 분석은 미국 주식 투자의 출발점이자 도착지입니다. 그 여정을 함께 하겠습니다. ‘서학개미 주식회사’에서 고민과 질문의 해답을 풀어봅니다.
[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전세계 초미의 관심사, 스페이스X 상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투자자들은 인류 최대 우주 기업에 올라탈 기회를 얻었는데요. 동시에 역사상 가장 비싼 티켓값도 지불하게 됐습니다.
유례없는 사업과 전례 없는 상장 규모에 ‘우주가 상장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스페이스X라는 로켓에 탑승하기 전, 투자자들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포인트를 이번 연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1조7500억달러…100배 뛴 기업가치
첫 번째로 살펴볼 부분은 스페이스X의 몸값입니다. 이번 상장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이죠.
스페이스X의 목표 기업가치는 1조7500억달러(약 2400조원)입니다. 2019년 사우디 아람코 이후 IPO 시점 기업가치가 1조달러를 넘는 두 번째 사례가 될 전망인데요. 목표 시가총액이 실현될 경우 9일 기준 메타(1조4800억달러)와 테슬라(1조2400억달러)를 단숨에 제치며 글로벌 시총 상위 10위권에 직행합니다. 시총 8위인 사우디아람코(1조7500억달러)와 같은 반열에 오르게 되죠.
스페이스X의 몸값은 불과 10년만에 100배 뛰었습니다. 기업가치는 2016년 120억달러에서 올해 1조2500억달러까지 불어났습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xAI와의 합병 당시 1조2500억달러로 평가받은 뒤 불과 3개월여 만에 IPO 목표가가 1조7500억달러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빠르게 치솟은 몸값에 밸류에이션 논쟁이 뜨거운데요. 스페이스X의 지난해 매출은 186억7000만달러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주가매출비율(P/S)은 96.4배에 달합니다. 엔비디아(13.3배), 애플(9.6배), 테슬라(15.5배)와 비교하면 극단적으로 높은 수준이죠.
박준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현재 펀더멘털이 아닌 독점적 우주 인프라 구축 이후의 미래를 선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 멀티플을 유지하려면 펀더멘털 개선과 함께 내러티브의 지속적인 공급이 필수”라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기업가치가 정당화되려면 향후 실적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 서사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스페이스X는 이번 공모에서 클래스A 보통주 5억5555만5555주를 발행할 계획입니다. 공모가격은 주당 135달러로 확정했습니다.
보통 기업이 상장할 때는 공모주 희망 범위를 제시한 뒤 수요예측을 거쳐 최종 가격을 결정하는데요. 스페이스X는 단호하게 고정가를 제시했습니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된 예상 시가총액은 1조7700억달러에 달합니다.
모닝스타는 공모가 135달러가 과도하게 높다고 비판했습니다. 회사는 “궤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재사용 스타십 등 대형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에 과도하게 의존한 가격”이라며 적정가치를 63달러로 산정했습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스페이스X를 단순한 로켓 제조기업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인데요. 우주 인프라 기업이라는 점에서 높은 기업가치가 정당하다는 것이죠.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로켓랩과 중국 국유기업 등 후발주자들의 약진에도 수십조원의 매몰 비용이 투입된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 기술과 발사 인프라는 모방 불가능한 독점적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750억달러…우주 기업이 AI 투자?
공모 자금의 사용처는 투자자들이 반드시 살펴봐야 할 부분인데요. 스페이스X는 목표 공모 금액을 750억달러(약 114조)로 제시했습니다. 역대 최대였던 사우디 아람코(290억4000만달러)를 가뿐히 뛰어넘은 규모입니다.
흥행은 예고됐습니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이번 공모에 목표 대비 3.5~4배의 투자 수요가 몰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장은 스페이스X의 미래에 베팅했는데요. 그렇다면 스페이스X는 그 돈을 어디에 투자할까요. 의외로 답은 로켓이 아닙니다. 바로 AI 인프라입니다.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S-1을 보면 자금 사용처는 ▷AI 컴퓨팅 인프라 확장 ▷발사 인프라 및 스타십(Starship) 개발 ▷스타링크 위성망 확장 순으로 나열됐습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맨 앞에 AI가 자리하고 있는 점입니다. 로드쇼(투자 설명회)에서도 일론 머스크의 AI 야망이 확인됐다고 하는데요.
IPO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로드쇼에서 스페이스X의 AI 부문 매출이 지난해 32억달러에서 2030년 3220억달러로 약 100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30년 전체 매출의 68%가 AI에서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습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가 이름과는 달리 위성망과 발사체가 주력이 아니라 AI 인프라를 주력으로 삼을 거라는 사실이 이번 골드만삭스의 전망으로 재확인됐다”고 짚었습니다.
스페이스X가 AI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은 자본지출(Capex)에서도 확인됩니다. 올해 1분기 전체 Capex(101억달러)의 77%는 AI 부문에 집중됐습니다. xAI 합병 이후 데이터센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 확장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영향입니다.
베일 벗은 ‘우주 제국’ 성적표…캐시 카우는 스타링크
두번째로는 기업의 펀더멘털, 즉 실적을 톺아보겠습니다. 비상장 기업인 스페이스X는 이번 S-1 제출을 통해 처음으로 재무제표를 공개했습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우주 제국’의 성적표가 공개되자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월가에서는 스페이스X의 몸값을 두고 “어떤 밸류에이션 공식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지난해 매출은 187억달러에 불과했고 영업손실은 49억달러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숫자를 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스페이스X의 사업은 세 개의 축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①우주(Space) ②통신(Connectivity ) ③인공지능(AI)입니다.
회사 실적은 통신 부문의 ‘스타링크’가 견인하고 있습니다. 스타링크는 저궤도에 배치한 위성망을 통해 개인과 기업, 정부 기관에 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지난 3월 말 기준 가입자는 1030만명, 운용 중인 위성은 약 9600기에 달합니다. 글로벌 위성통신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죠.
실적도 압도적입니다. 지난해 스타링크를 포함한 통신 사업 매출은 113억9000만달러로 전체 매출의 61%를 차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44억2000만달러, 영업이익률(OPM)은 38.8%에 달했습니다. 스타링크가 스페이스X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모든 미래는 ‘스타십’으로 통한다…상용화 성공이 핵심 키
로켓 발사 사업인 스페이스 부문은 상징성에 비해 매출 기여도가 크지 않습니다. 지난해 스페이스 부문 매출은 40억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통신 부문 매출이 50% 가까이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이죠.
다만 올해 1분기 발사 횟수는 40회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습니다. 궤도에 올린 화물 중량은 556톤으로 24% 늘었습니다. 발사체 운용 능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전문가들은 3개 사업 부문의 핵심은 ‘스타십’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스타십이 스페이스X 성장의 출발점이기 때문인데요. 이주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의 스페이스, 통신, AI 부문의 성장을 위해서는 스타십 개발 완료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타십은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완전 재사용 가능한 차세대 주력 발사체입니다. 스타십은 1단(하단 부스터)과 2단(상단 우주선) 모두 재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발사 비용을 기존 대비 99% 이상 절감해 kg당 발사 단가를 1000달러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구상입니다.
차세대 스타링크 V3 위성망 구축과 우주 데이터센터, 나아가 화성 이주 계획까지. 이들은 모두 스타십의 성공을 전제로 합니다. 스타십 개발을 성공하지 못하면 스페이스X가 제시하는 청사진도 현실화되기 어렵습니다. 스페이스X는 S-1에서 스타십 개발 지연과 재사용 능력 확보 실패를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스타십 상용화 일정은 이미 한 차례 미뤄졌습니다. 당초 지난해로 예상됐던 상업 운용 시점은 올해 하반기로 연기됐습니다. 스페이스X는 S-1에서 페이로드(화물) 배치 시점을 오는 하반기로 명시했는데요.
스페이스X 투자자라면 스타십의 상용화 속도를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63억달러 적자에도…몸값 지지하는 ‘AI 내러티브’
스페이스X가 돈을 쏟아붓고 있는 AI 사업은 얼마나 벌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회사의 적자를 일으키는 주범입니다.
AI 부문은 지난 2월 스페이스X가 xAI를 인수합병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졌는데요. 생성형 AI 그록(Grok)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초대형 데이터센터 콜로서스(COLOSSUS) 등이 주요 자산입니다.
성적표는 초라합니다. 지난해 AI 부문 매출은 32억달러에 그쳤지만 영업손실은 63억6000만달러에 달했습니다. 매출의 두 배에 가까운 적자를 냈죠.
최근 수익화의 실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앤스로픽(Anthropic)과 유휴 컴퓨팅 자원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9년 5월까지 매월 12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인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AI 사업의 적자와 투자 가속화로 인한 재무 건전성 악화를 우려합니다. 박준규 연구원은 “앤스로픽으로 영업 적자 폭을 축소할 수 있는 임시방편은 마련했으나, 현금 소진 속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박기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부문은 단기적으로 연결 실적의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는 주된 요인이지만, 동시에 동사의 1조7500억달러의 호가를 지탱하는 핵심 내러티브 자산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AI 사업이 경쟁력을 갖췄는지, 막대한 투자를 감당할 현금흐름을 확보했는지가 투자 포인트라고 조언합니다.
서학개미가 알아야 할 투자 유의점은?
스페이스X는 티커명 ‘SPCX’로 오는 12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합니다. 아쉽게도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IPO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이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모 청약을 진행했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미국 증시에서 본주를 직접 매수하거나, 미국과 한국에 상장된 우주·항공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국내외 증권가는 상장 당일 매수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투자서 ‘라이프사이클 트레이드(The Lifecycle Trade)’의 공동 저자인 캐시 도넬리는 다수의 IPO 종목이 상장 첫날 급등한 뒤 수주 내 첫 거래일 저가 아래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강력한 성장 스토리를 가진 기업이라도 상장 초기 과열은 되돌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또 개인 투자자 물량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습니다. 스페이스X는 전체 공모 물량의 약 30%를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할 계획입니다. 금액으로는 약 225억달러 규모입니다. 미국 IPO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배정 비중이 통상 5~10%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수준입니다.
높은 개인투자자 비중은 주가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2021년 상장한 로빈후드는 전체 공모 물량의 20~35%를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했으나 상장 첫날 주가는 8% 넘게 하락했습니다.
단기 수급 측면에서는 우호적인 요인도 있습니다. 스페이스X의 목표 기업가치는 1조7500억달러지만 이번 공모를 통해 시장에 새로 풀리는 주식은 750억달러 규모에 불과합니다. 전체 기업가치의 4.3% 정도만 유통되는 셈입니다.
살 수 있는 주식은 적은데 수요는 많다면 주가는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특히 나스닥100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까지 더해질 경우 상장 초기 수급 효과가 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보호예수가 풀리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늘어나고, 지금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실적으로 검증받아야 합니다. 스페이스X는 현재 매출 대비 기업가치가 매우 높은 수준인 만큼 단기 수급 효과가 약해진 이후에는 다시 성장성과 수익성이 평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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