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재건 펀드’ 조성 도마위

재건 기금에 미국 정부 자금·보조금 전무

카타르 ‘중동·亞 민간 투자유치’ 펀드 제안

해외자본 투자·원유 수출 제재 해제까지

이란 비핵화 검증 전 ‘퍼주기식’ 비판 고조

이재명 대통령 내외와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다섯 번째부터) 프랑스 대통령 내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 부부들이 16일(현지시간) 공식 만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 내외와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다섯 번째부터) 프랑스 대통령 내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 부부들이 16일(현지시간) 공식 만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가운데 3000억달러(약 454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기금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세금이 투입되지 않는 민간 투자펀드라고 강조하지만 미국이 주도한 전쟁의 복구 비용을 동맹국과 민간기업들이 대신 부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확인되기도 전에 대규모 경제적 보상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종전 기본합의에는 3000억달러 규모의 ‘재건·개발 펀드’ 조성 방안이 포함됐다.

합의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미 전체 목표 금액의 절반이 넘는 1500억달러 이상이 투자 약정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출자 의향을 밝힌 기업에는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기업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분야는 에너지와 물류, 제조업, 교통 인프라 등이다. 미국 정부 예산이나 보조금은 포함되지 않으며 최종 핵합의가 체결된 뒤에야 기금이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최근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 폐기와 국제사회의 검증 체계를 수용할 경우 걸프 국가들이 지원하는 3000억달러 규모 재건기금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미국 납세자의 부담이 없는 민간 투자 프로젝트라고 설명한다. 이란에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 자본을 활용한 경제 재건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과 외교안보가에서는 재건기금의 성격 자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형식은 민간 투자펀드지만 사실상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금이나 재건 지원금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이란은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4000억달러 규모의 전쟁 배상을 요구했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했고 이후 민간 투자 방식의 재건펀드 구상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금 조성에 걸프 국가와 미국 동맹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구조를 두고 “전쟁은 미국이 하고 비용은 동맹국들이 부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재건기금의 핵심 재원은 걸프 국가와 아시아 기업들의 투자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걸프 국가들에 전후 이란 재건 자금 지원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했으며 3000억달러 규모 투자펀드 조성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악시오스는 카타르가 해당 기금을 처음 제안했고 이후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과정에서 구체화됐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직접 자금을 투입하지 않는 대신 걸프 국가와 민간 자본을 활용해 이란 재건을 지원하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이란과 인접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힌다.

미국은 이 같은 ‘평화 배당금’의 일부를 이란 경제 재건에 투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투자 참여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판의 또 다른 축은 비핵화 문제다.

현재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것은 향후 60일 동안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는 기본 틀에 불과하다.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농축 활동 중단, 핵시설 폐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등 핵심 쟁점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재건기금 조성과 투자 유치, 일부 제재 완화 가능성이 먼저 거론되면서 “핵 포기 전에 보상부터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최근 미국 정보당국 내부에서는 종전 합의가 이란에 새로운 전략적 지렛대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보당국이 “이란이 이제 원할 경우 언제든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재봉쇄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서지연 기자


sj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