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변호사 “허위 사실로 명예 훼손” 1억 청구

1심 이어 2심도 패소…법원 “공공의 이익”

“진상규명 필요성 강조며 단정적 표현 사용”

형사 고소도 불송치…“비방 목적 증거 없어”

석동현 변호사. [연합]
석동현 변호사.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이었던 석동현 변호사가 자신을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배후’로 지목한 장경태 무소속 의원을 상대로 낸 1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2심도 패소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 13-1부(부장 백강진)는 석 변호사가 장 의원을 상대로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에서 지난달 19일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난해 11월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공적 사안에 대한 의혹 제기”라며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장 의원은 지난해 1월 당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석 변호사가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배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는 12·3 비상계엄 선포 당사자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국면에서, 지난해 1월 법원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이에 반발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집기와 시설물을 파손하는 등 폭력 행위를 일으킨 사건이다.

당시 장 의원은 “석 변호사가 새벽 1시에 서부지법 옆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며 “동석했던 사람 중 (법원에) 난입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석 변호사가 폭동을 선동했다면 충분히 배후설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며 “석 변호사 정도가 아니면 영장 판사를 특정해 알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했다.

장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석 변호사는 지난해 1월 “장 의원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1억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은 지난해 11월 석 변호사 패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장 의원의 발언이 허위는 맞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석 변호사와 동석한 사람 중 폭동에 가담한 사람이 있었다는 제보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동석자들이 수사받거나 처벌받은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장 의원이 적시한 사실은 허위”라고 했다.

다만, 위법성이 조각(阻却)된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해당 발언은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는 정치적 주장으로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석 변호사는 대통령 국민변호인단 단장으로서 공론장에 나선 공적 인물”이라며 “일반인과 비교할 때 비판에 대해 수인(참아내는 것)해야 할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다”고 설명했다.

석 변호사 측이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같은 이유로 석 변호사 측 패소로 판단했다.

2심은 “서부지법 폭동 사건은 법원을 상대로 불법적인 물리력을 행사한 초유의 사태”라며 “장 의원의 발언 당시 구체적인 발생 경위, 폭력의 양상 및 피해의 정도 등이 커다란 공적 관심의 대상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석 변호사 등 윤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서부지법 폭동 사건 관여 여부에 관해 의혹을 제기받았다”며 “석 변호사 역시 서부지법 폭동 사건의 배후로 의심 받았거나 정치적 공세의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 의원의 발언은 공적 사안에 대한 정치적 주장으로서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 없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공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수사적으로 과장된 표현을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며 “서부지법 폭동 사건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다소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은 지난 4일 확정됐다. 2심 판결에 대해 석 변호사가 불복하지 않으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한편 석 변호사는 장 의원을 지난해 1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지만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해당 의혹 제기는 의견표현에 지나지 않을 뿐 구체적 사실 적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배후설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다소 단정적이고 과장된 표현이 포함됐다고 볼 수 있지만 명예훼손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