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연구’ 안태현 서강대 교수 인터뷰

내년 최저임금 최종 결정 초읽기 ‘690원 격차’

韓 자영업자 비중 OECD서도 높은 수준 불구

기존 연구결과 임금근로자 고용효과에만 집중

2018·2019년 두자릿수 인상…체감 충격 배가

‘소득재분배’ 취지 살리려면 소득 보완책 병행

최저임금위원회가 1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도출한다. 그간 13차례나 이뤄진 회의에서 노사의 수정안 격차는 ‘690원’까지 좁혀졌으나 여전히 간극이 크다. 최대 변수는 공익위원들의 ‘심의 촉진 구간’ 막판 협상이다. 상한선과 하한선인 ‘심의 촉진 구간’에서 그 안에서 합의나 표결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노사가 심의 촉진 구간 안에서 의견 일치를 이루면 합의안이 채택되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표결을 통해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매해 6월~7월은 최저임금 논쟁이 가장 뜨거운 달이다. 전국 2200만명 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하한선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수년 간 반복된 협상은 관성이 붙었다. 사용자는 상승을 예상하고 미리부터 ‘동결’을 제안치로 제시하고, 노동자측은 깎일 것을 염두에 둬 ‘부풀려 올려치기’를 반복한다. 법정 시한(6월 29일)을 넘기는 것도 관성이 붙어서다. 주목할 부분은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영향을 크게 받지만 작은 목소리도 내기 어려운 또 다른 당사자가 있다는 점이다. 바로 소규모 자영업자다.

안태현(사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은 흔히 대기업 사용자와 노동자의 싸움으로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을과 을의 싸움에 가깝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 폐업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한 연구로 최근 학계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안 교수가 자영업 폐업이라는 다소 낯선 주제를 택한 이유는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특수성에 있다. 그는 “그동안 최저임금 연구는 대부분 임금근로자의 고용 효과에 집중돼 있었고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6% 안팎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도성장을 거친 선진국인데도 자영업 비중이 이탈리아·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과 비슷하다”며 “이 집단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며, 이번 주 중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기업 사용자와 노동계의 치열한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직격탄을 맞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돼 있다는 지적이 높다. 사진은 2일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위쪽 사진), 한국노총이 지난달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개최한 2027년 적용 최저임금 노동계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모습.  [연합·임세준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며, 이번 주 중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기업 사용자와 노동계의 치열한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직격탄을 맞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돼 있다는 지적이 높다. 사진은 2일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위쪽 사진), 한국노총이 지난달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개최한 2027년 적용 최저임금 노동계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모습. [연합·임세준 기자]

그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시기는 2018·2019년이다. 이 시기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배경에는 특정 정당의 정책이라기보다는 2017년 대선 국면의 정치적 합의가 있었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2017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뿐 아니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까지 시점의 차이는 있었지만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통적으로 공약했다”며 “이 문제를 특정 정파의 색깔로 나누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9년 10.9% 오르며 2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연평균 5.2%), 박근혜 정부(연평균 7.4%)와 비교해 확연히 빠른 속도였다.

안 교수는 2018년과 2019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당시 상황을 복잡한 감정으로 돌아봤다.

그는 “최저임금이 짧은 기간에 크게 오른 것은 인과관계를 분석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면서도 “그 이면에는 준비되지 않은 채 충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같은 인상 폭을 5년에 걸쳐 나눠 적용했다면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충격은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자신의 연구가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근거로 읽히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최저임금제는 소득 재분배를 위한 여러 정책 수단 중 하나일 뿐, 그것만으로 저소득 근로빈곤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근로장려세제(EITC)나 서울시 디딤돌소득처럼 소득을 보완하는 다른 정책 수단과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2027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심의를 진행 중이다. 2026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전년(1만30원) 대비 2.9% 오르는 데 그쳤으며 이는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노사 합의로 결정된 결과다.

안 교수는 “업종별로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정도가 크게 다른 만큼 최저 기준선을 낮게 설정하고 업종별 여건에 따라 위로 조정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우리나라 여건에서 실제로 실현 가능할지는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