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완수사로 실체 드러나
형사 재판에선 징역 4년 확정
민사 재판서 “유족에게 5억원 배상”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지난 2024년 2월 전남 목포의 한 선착장.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고등학생이 바닷물에 빠져 숨을 거뒀다. 처음엔 실족사로 알려졌다. 함께 있던 일행들이 “장난을 치다 실수로 사고가 났다”고 해양경찰에 진술했다. 해경은 이를 믿었다. 하지만 검찰의 보완수사로 실체가 드러났다.
“가위바위보 졌으니까 입수해”, “좀 들어가라 XX”, “빨리 들어가라”
자신을 형처럼 따르던 피해자를 20대 A씨가 강제로 바다에 빠뜨린 게 진실이었다. 당시 A씨는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겼다. 피해자의 팔, 다리, 몸을 폭행한 뒤 바다로 밀어버렸다.
피해자 가위·바위·보 패턴 알면서도 “게임하자”
A씨와 피해자는 동네 선후배 사이였다. 지능지수 50이 조금 넘는 피해자에겐 중증 지적장애가 있었다. 당시 현장엔 A씨와 피해자 뿐 아니라 A씨의 여자친구, A씨의 동네 후배 등 총 4명이 있었다. 이들은 함께 당구를 친 뒤 선착장에서 낚시를 하며 음식을 시켜먹었다.
사건은 A씨가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진 사람이 바다에 입수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처음부터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A씨는 피해자의 가위·바위·보 패턴을 알고 있었다. 당연히 피해자가 졌다.
피해자는 입수를 거부했다. 하지만 A씨는 욕설을 하며 피해자를 폭행했다. 피해자가 상체를 숙일 때 밀어서 바다에 빠뜨렸다. 함께 있던 일행은 A씨를 말리지 않았다. 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형사재판서 징역 4년 확정
이 사건은 은폐될 뻔 했다. 피해자가 사망하자 A씨 등 일행은 해경에 거짓말을 했다. 장난을 치다가 실수로 사고가 났다고 속였다. A씨의 여자친구와 동네 후배도 목격자 행세를 하며 허위 진술했다.
해경은 이들의 말을 믿었다. A씨에게만 중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A씨의 말대로 ‘과실(실수)’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이 보완수사에서 CC(폐쇄회로)TV 등을 정밀 분석했다.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A씨가 피해자를 밀치고 폭행한 모습을 밝혀냈다.
형사재판에서 A씨는 징역 4년이 확정됐다.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지난해 5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의 형사재판부는 양형(처벌 정도) 이유로 “피해자가 18세의 어린 나이로 아직 삶을 제대로 꽃 피워 보지도 못한 채 형으로 따르던 A씨의 행위로 인해 뜻하지 않게 삶을 마감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검찰 판단과 달리 살인 혐의를 인정하진 않았다. 검찰은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은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긴 부족하다”며 폭행치사 혐의를 인정했다. 피해자를 폭행한 결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A씨의 일행들은 폭행을 방조한 혐의로 소년부에 송치됐다.
민사법원 “가해자, 유족에게 5억원 배상”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피해자의 유족이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근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목포지원 민사 1부(부장 장찬수)는 “A씨가 유족에게 총 4억 9527만원을 배상하라”고 지난달 12일 선고했다.
법원은 형사재판 결과를 인용해 “A씨가 불법행위를 주도해 망인을 직접 바닷물에 빠뜨려 익사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법행위의 악의성과 결과의 중대성, 망인이 사고 현장에서 겪었을 극심한 공포와 육체적·정신적 고통, 참담한 결과에 직면한 유족의 정신적 고통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유족은 함께 현장에 있던 일행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이들은 직접적인 폭행 행위에 가담하진 않았다”며 “A씨의 기습적인 돌발 폭행으로 인한 피해자의 익사를 예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지난 3일 확정됐다. 1심 판결에 대해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았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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