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부품사, 미래차 핵심 기업으로 변신

작년 매출 10조로 글로벌 열관리 2위 기업 성장

10년 후 글로벌 1위 목표

전 세계 21개국 거점으로 완성차 수요 대응

차량 넘어 인프라 열관리 시장까지 확장

자율주행 열관리 시장도 정조준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한온시스템 대전 R&D센터 환경풍동실. 실제 주행 중 풍속과 온도, 습도, 태양열 조건을 재현해 차량 공조·열관리 시스템 성능을 시험하는 시설이다. [한온시스템 제공]
한온시스템 대전 R&D센터 환경풍동실. 실제 주행 중 풍속과 온도, 습도, 태양열 조건을 재현해 차량 공조·열관리 시스템 성능을 시험하는 시설이다. [한온시스템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자동차 산업의 경쟁축이 엔진 성능에서 전동화, 소프트웨어, 에너지 효율로 옮겨가면서 ‘열관리’ 기술이 미래차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배터리와 구동모터, 전력변환장치, 자율주행용 센서와 반도체까지 차량 안에서 발생하는 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어하느냐가 주행거리와 안전성, 승차감, 차량 수명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열관리 솔루션 기업’ 한온시스템이 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1986년 미국 포드와 만도기계의 합작으로 출범한 한라공조를 모태로 하는 한온시스템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차량용 공조 부품 업체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냉난방, 배터리 열관리, 컴프레서, 열교환기, 전자제어 부품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열 에너지 관리 기업으로 성장했다.

1985년 12월 12일 만도와 미국 포드가 합작계약을 체결한 뒤 양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합작을 바탕으로 1986년 한온시스템의 전신인 한라공조가 출범했다. [한온시스템 제공]
1985년 12월 12일 만도와 미국 포드가 합작계약을 체결한 뒤 양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합작을 바탕으로 1986년 한온시스템의 전신인 한라공조가 출범했다. [한온시스템 제공]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매출 10조8837억원을 기록하며 ‘10조원 벽’을 처음 넘어섰다. 자동차 부품업계 전반이 전동화 전환 비용과 완성차 수요 둔화로 부담을 겪는 상황에서도, 열관리 분야의 구조적 성장성을 바탕으로 외형을 키운 것이다. 현재 차량용 열관리 분야에서 국내 1위, 글로벌 2위권 사업자로 꼽힌다.

창립 40주년을 기점으로 자동차 열관리 중심의 사업 구조를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 글로벌 애프터마켓 등으로 넓히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축적된 차량용 열관리 기술을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해 창립 50주년인 2036년에는 글로벌 1위 열관리 솔루션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이수일 한온시스템 대표이사 부회장은 “글로벌 사업 현장에서 임직원들이 보여준 헌신과 품질에 대한 집념이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라며 “40주년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실행력과 탄탄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글로벌 1위 열관리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한온시스템 연도별 매출 추이
한온시스템 연도별 매출 추이

美 빅3·獨 프리미엄까지…매출 73%가 해외서 나온다

한온시스템의 가장 큰 강점은 특정 완성차나 특정 지역에 치우치지 않은 고객 포트폴리오다. 올해 1분기 기준 한온시스템의 한국 매출 비중은 27%에 그친다. 나머지 73%는 해외에서 발생한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35%로 가장 크고, 미주가 27%를 차지한다. 글로벌 완성차 산업의 중심 시장에서 고르게 매출을 내고 있는 셈이다.

한온시스템 지역별 매출 비중
한온시스템 지역별 매출 비중

고객사도 폭넓다. 현대자동차그룹이 4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폭스바겐 13%, 포드 11%, 제너럴모터스(GM) 6%, BMW 5%, 메르세데스-벤츠 4%, 스텔란티스 3%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미국 빅3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동시에 고객으로 확보한 점은 품질과 기술 검증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생산·연구 거점도 글로벌 시장에 맞춰 구축돼 있다. 한온시스템은 21개국에 50개 생산공장과 23개 엔지니어링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은 약 2만명 규모다. 완성차 업체가 생산지를 다변화하고 현지 조달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글로벌 공급망 대응 능력은 부품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한온시스템 고객사별 매출 비중
한온시스템 고객사별 매출 비중

전기차 시대, 열관리는 ‘보조장치’가 아닌 핵심 성능

전동화 전환은 한온시스템의 기술 경쟁력을 더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는 실내 냉난방이 열관리의 중심이었다면, 전기차에서는 배터리 온도 제어와 열 재활용이 주행거리와 충전 성능을 좌우한다. 열관리 부품이 단순 보조장치를 넘어 전동화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시스템으로 바뀐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한온시스템은 기술 자산을 빠르게 쌓아왔다. 한온시스템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확보한 전기차 열관리 관련 공개 특허는 882건으로, 일본·유럽 주요 경쟁사보다 월등히 많다. 특히 전기차의 냉난방을 책임지는 전동식 압축기와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를 줄이는 히트펌프 시스템 관련 특허가 각각 약 390건, 330건에 달한다.

한온시스템 4세대 히트펌프 시스템. 전기차의 냉난방 효율을 높여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를 줄이는 핵심 열관리 기술이다. [한온시스템 제공]
한온시스템 4세대 히트펌프 시스템. 전기차의 냉난방 효율을 높여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를 줄이는 핵심 열관리 기술이다. [한온시스템 제공]

글로벌 기술상 수상도 이어지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4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오토모티브 뉴스 ‘PACE 어워드’에서 국내 업계 최초로 세 번째 수상 기록을 세웠다. PACE 어워드는 자동차 산업의 혁신 기술에 주어지는 상으로, 업계에서는 ‘자동차 부품 기술의 오스카상’으로 불린다.

수상 기술은 차량 실내 공기를 살균·탈취하는 ‘가시광 LED 광촉매 항균 탈취 기술’이다. 외부 공인기관 시험에서 바이러스 살균력 98.5%, 가스 탈취 성능 97.5%를 기록했다. 기존 제품의 바이러스 살균력 66.1%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자파나 오존 발생이 없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기술은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제네시스 G90에 적용됐다.

한온시스템 EV 열관리 누적 특허 현황
한온시스템 EV 열관리 누적 특허 현황

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차 열관리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12월 ‘HEV 통합 열관리 제어 기술’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인 ‘올해의 산업기술혁신상’을 받았다. 영하 20도의 저온 환경에서 하이브리드차의 겨울철 연비를 15% 이상 개선하고 실내 난방 성능을 높인 기술이다. 향후 이 기술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EREV) 등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화학 냉매 줄이고 천연 냉매로…친환경 규제 선제 대응

친환경 규제 대응도 한온시스템의 주요 성장 축이다. 자동차 에어컨과 히트펌프에는 그동안 불소 성분이 들어간 화학 냉매가 널리 쓰였다. 문제는 일부 냉매가 공기 중에서 분해될 때 자연에서 잘 사라지지 않는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 불소계 화학물질은 통상 PFAS로 불리며, 업계에서는 ‘영원한 화학물질’로도 표현된다.

한온시스템 CI
한온시스템 CI

이 물질이 빗물과 토양, 수계에 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관련 규제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도 이산화탄소, 프로판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냉매를 활용한 대체 기술을 찾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이달 초 기술 백서를 통해 기존 화학 냉매가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안으로 이산화탄소와 프로판을 활용한 천연 냉매 기술을 제시했다. 이산화탄소 냉매를 쓰는 열관리 시스템은 이미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 등에 적용돼 100만대 이상 차량에 탑재됐다.

프로판 냉매 기반 시스템도 스페인, 스웨덴, 핀란드 등에서 고온과 혹한 조건의 차량 시험을 마쳤으며, 한온시스템은 관련 핵심 부품을 2029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한온시스템의 초소형 통합 냉매 모듈. 전기차 열관리 핵심 부품을 하나로 통합해 효율을 높인 제품이다. [한온시스템 제공]
한온시스템의 초소형 통합 냉매 모듈. 전기차 열관리 핵심 부품을 하나로 통합해 효율을 높인 제품이다. [한온시스템 제공]
전동화 전환에 따른 한온시스템 열관리 수요 확대
전동화 전환에 따른 한온시스템 열관리 수요 확대

자율주행차도 결국 열관리…SW 역량까지 확장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자율주행차 시대도 새로운 기회다. 자율주행차에는 고성능 반도체, 라이다·레이더·카메라 등 각종 센서, 제어기가 대거 탑재된다. 차량이 24시간 운행되는 로보택시 환경에서는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열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능력이 차량 가동률과 직결된다.

한온시스템은 이에 맞춰 지난해 글로벌 소프트웨어 조직을 출범시켰다. 냉매와 냉각수 흐름을 제어하고, 배터리와 전장 부품에서 발생하는 열을 통합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한온시스템은 고효율 히트펌프 시스템을 중심으로 차량 전체의 열을 통합 제어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한온시스템 R744 전동 컴프레서. 이산화탄소 냉매를 활용한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의 핵심 부품으로, 냉난방 효율을 높이고 친환경 냉매 전환에 대응하는 기술이다. [한온시스템 제공]
한온시스템 R744 전동 컴프레서. 이산화탄소 냉매를 활용한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의 핵심 부품으로, 냉난방 효율을 높이고 친환경 냉매 전환에 대응하는 기술이다. [한온시스템 제공]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아마존의 자율주행 자회사 죽스와도 협력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죽스의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에 전용 공조·열관리 시스템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운전석 없이 4개 좌석이 마주 보는 구조에 맞춰 좌석별 온도와 바람을 개별 제어하는 개인화 공조 시스템을 구현했다.

지난해 1월 한국앤컴퍼니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점도 한온시스템의 중장기 성장 기반을 넓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타이어, 배터리, 열관리를 연결하는 미래 모빌리티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이수일 한온시스템 대표이사 부회장 [한온시스템 제공]
이수일 한온시스템 대표이사 부회장 [한온시스템 제공]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SDV와 자율주행차는 시스템 복잡성과 열관리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완성차 기업들과 초기 단계부터 소프트웨어 기술을 공동 개발하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기존의 기계적 부품 역량 위에 강력한 소프트웨어 제어 역량을 더함으로써, 다가올 미래 차 패러다임에서도 독보적인 글로벌 선도 기업의 자리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회사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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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