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과 고용 지표 간 부조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성장률 경로는 예상보다 가팔라졌지만, 고용 부진의 골은 깊어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통화긴축기에 들어서면서 국내 기준금리인상 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없는 성장’에 금리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청년과 서민, 취약계층에 대한 우려가 크다.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정책과 민생·성장을 위한 확장재정의 모순적 상황 속에서 정교한 정책 조합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국은행은 직전 분기 대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0.6%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한은의 전망치(0.2%)의 세 배로 1분기(1.9%)에 이은 깜짝성장이다. 연간 3%대 성장도 가시권이다. 미국-이란 간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충격에도 불구하고 전례없는 반도체 수출 증가로 인한 결과다. 반면 고용 지표와 전망은 악화 일로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2.0%에서 3.0%로 상향하면서도 취업자 수 증가폭은 16만명에서 15만명으로 낮춰잡았다. 경제 성장에 따른 취업자수 증가 정도를 나타내는 고용탄성치의 올해 전망을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은은 각각 0.24로 제시했는데, 이는 2018년(0.13) 이후 최저치다. KDI와 한은은 2.5~2.6%의 성장률과 17만~18만명의 취업자수 증가를 전제로 고용탄성치를 계산했는데, 가장 최근의 전망치를 적용하면 더 떨어진다.

6월 기준 제조업 취업자는 14만명이 줄며 23개월 연속 감소했고, 전체 취업자도 4만명 감소해 1년 5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청년층 고용부진이 가장 심해 5월 기준 최종 학업을 마친 15~29세 중 한번이라도 취업 경험이 있는 비율은 84.8%로 2004년(91.9%) 이후 가장 낮았다. 1년 넘게 한 번도 취업하지 못한 청년 비율은 48.6%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51.7%) 이후 가장 높았다. 한은의 추가금리인상 가능성도 취약층엔 더 악재다. 한은은 지난 16일 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는데, 시장에서는 성장률 호조와 물가·유가 상승으로 인한 8월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대출이 많은 청년층과 자영업자, 서민 가계일수록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혹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 경제의 각종 지표는 반도체가 이끌고 가계가 버티는 구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성장과 고용창출형 투자를 조화시켜야 한다. 금리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청년·서민·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실효화·정교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재정의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단발성·시혜성 지출보다 지속가능한 고용과 성장을 위한 정책 설계와 집행에 온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