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영업 중단’ 37개 매장엔 면제 결정

남은 67개 매장 입점주 “납득 안 된다”

원복비 최대 수억원…전국서 피해 토로

홈플 “67개 영업 재개…퇴점 방침 미정”

27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연합]
27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홈플러스 영업 중단 이후 알바생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매출의 80~90%가 떨어져 퇴점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본사는 ‘원상복구를 하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남 순천점 입점주 소현정씨)

파산 기로에 놓인 홈플러스 입점 점주들이 연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달 13일 전국 67개 매장에 대한 본사의 일방적인 영업 중단 결정 이후 매출이 하락한 데 이어, 퇴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점주들의 발목을 잡은 건 앞서 문제가 됐던 임대차 계약상 ‘원상복구 의무’다. 퇴점 조건 협의를 할 본사 실무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일부 지점은 소통마저 단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 순천점에서 3년 넘게 식음 매장을 운영해 온 소 씨는 28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마트 영업이 중단된 7월 13일 직후를 포함해 총 세 차례 본사에 퇴점 절차를 문의했다”며 “그때마다 원상복구를 하고 나가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견적을 받아보니 원상복구에 900만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다”며 “홈플러스의 과실로 점주들이 매출 하락 피해를 겪고 있는데도 원상복구를 하라니 납득이 안 된다”고 울먹였다.

피해는 전국 매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홈플러스 북수원점에서 9년째 안경점을 운영하는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점주협의회 부회장은 “장사가 너무 안돼서 8월 말 계약 만료 시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원상복구를 하고 나가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는데 비용이 500만원 규모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9월 파산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점주들에게 원상복구 의무를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강 부회장은 “입점점주협의회에 속한 340여개 점주 중 다수가 생계 문제로 퇴점을 원해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 원상복구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충청 지역 홈플러스 매장에서 외식 가맹점 퇴점을 결정한 A씨는 “단순히 원상복구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계속 영업을 전제로 진행했던 리모델링 잔여 분할금 670만원까지 일시에 전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대형마트에 정상적으로 고객이 유입된다는 전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매출 손실로 퇴점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점주가 각종 수수료와 운영비, 원상복구 비용 등을 모두 부담하는 건 너무하다”고 말했다.

이달 부산 아시아드점에서 퇴점을 결정한 점주 B씨도 “홈플러스의 경영 실패와 회생절차로 폐점하게 됐는데 그 피해와 책임까지 왜 입점업체가 떠안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5월 영업 중단 상태였던 37개 매장의 입점 점주들을 대상으로 원상복구 의무 ‘면제’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사전 협의 없는 본사 결정으로 입점주가 피해를 보는 ‘불공정거래’라는 지적이 나왔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중재에 나섰다. 이후 37개 매장은 최종 폐점이 결정됐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당시 폐점 가능성이 있었던 37개 매장과 달리, 67개 매장은 영업을 재개하는 상황”이라며 “67개 매장과 관련해 내부 협의가 진행 중이나, 아직까지 (퇴점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오는 8월 10일을 전후에 67개 매장 영업을 재개할 전망이다. 최대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대출을 의결한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이 이달 31일에서 8월 3일 사이 유입되면, 그로부터 7일 이내 영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기존 영업 방식 대신 미국 유통사 ‘트레이더 조(Trader Joe’s)’ 모델을 택했다. 매출이 크고 회전이 빠른 생필품과 식품, 자체브랜드(PB) 상품만 집중 취급하는 방식이다. 영업면적도 600평에서 1000평 규모로 줄인다. 인력 운영도 점포 상황과 직원 의사를 반영해 축소·재배치한다.

서울 시내의 홈플러스 매장에서 관계자가 임시휴업 팻말을 설치하고 있다. [헤럴드DB]
서울 시내의 홈플러스 매장에서 관계자가 임시휴업 팻말을 설치하고 있다. [헤럴드DB]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