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플랫폼·대기업 규율 전방위 손질
행정처분 가능 기간 12년→15년 연장
400명 증원 추진…사건 처리 속도 높여
경제형벌 손질·제재 강화로 억지력 제고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8일 “담합 근절을 위해 담합을 반복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등록을 취소하거나 영업을 정지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인사말을 통해 “최근에는 국제정세 변동에 따른 고물가 위기 상황 속에서 설탕·밀가루·전분당 분야에서의 담합을 연달아 적발해 엄중 조치한 바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공정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구체적인 공정거래법 개정 방안도 제시했다. 가격재결정명령의 법적 근거를 명문화하고 처분시효를 현행 최대 12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해 제재의 실효성과 법 위반 억지력을 높일 방침이다.
아울러 독과점이 고착된 시장의 경쟁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담합 행위 등에 대해 지분 매각이나 영업 양도 등 구조적 조치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고려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보충적으로 적용되도록 제도를 신중히 설계할 계획이다.
농산물 유통과 방위산업처럼 경쟁이 구조적으로 제한된 분야의 규제 개선에도 나선다. 빙과와 식용유, 영화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하면서도 높은 가격 수준이 유지되는 독과점 품목을 대상으로 시장구조와 고물가 원인을 심층 분석한다.
주 위원장은 올해 공정위가 ‘함께 성장하는 공정한 시장환경 조성’을 목표로 5대 핵심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하도급·가맹·유통 분야의 법령을 정비하고 기술탈취와 대금 미지급 등 주요 불공정행위를 집중 점검하겠다”면서 “대규모 유통업체의 납품대금 정산 기한을 단축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연합해 대기업과 단체협상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장에서는 독점적 지위에 있는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주 위원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국회 차원의 입법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 규율과 관련해서는 “부당 내부거래, 사익편취 행위 등과 같은 반칙행위는 철저히 감시하겠다”며 “사익편취 규제 회피를 예방하고 지주회사 체제 내 중복상장 유인을 축소하는 등 대기업집단 시책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총수일가 등 자연인에게 부당이득에 비례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고 대기업집단 규율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 의무와 관련한 반복적인 법 위반을 억제하기 위해 고발 기준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공정위의 사건 처리 역량과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 쇄신도 추진한다. 주 위원장은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 400여명의 인력 증원을 추진 중”이라며 “실질적인 법 위반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형벌 합리화와 경제적 제재 강화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제재 강화를 위해 과징금 부과 체계도 전면 개편한다. 현재는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조사·심의 협조 여부와 반복 법 위반 여부 등을 반영해 과징금을 산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과징금 산정에 기업 규모를 반영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과징금 상한도 대폭 상향하고 선진국 대비 과도한 경제형벌도 대폭 합리화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또 전속고발제 개편 방안으로 일정 수 이상의 국민이나 국가기관에 직접 고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업결합에 대한 면밀한 심사도 강조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스알(SR) 통합은 운임과 공급 좌석, 서비스 변경 등 소비자 권익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면밀히 심사하고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은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한다.
이 밖에 인공지능(AI) 분야 핵심인력 대량 영입 등 사실상 인수·합병(M&A) 효과를 내는 편법 거래도 경쟁 영향을 심사할 수 있도록 기업결합 신고 기준을 정비한다.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등 디지털 시장의 기업결합에 대해서도 심층 심사를 추진한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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