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약속한 투자 본격화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연결

SMR·연료전지까지 그룹 역량 총동원

엑시언트 8대로 남미 실증 돌입

브라질 친환경 정책과 연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부터)이 2024년 2월 22일 브라질 대통령 집무실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제라우두 아우키민 부통령과 수소·친환경 모빌리티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부터)이 2024년 2월 22일 브라질 대통령 집무실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제라우두 아우키민 부통령과 수소·친환경 모빌리티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브라질을 남미 수소사업의 전초기지로 키운다. 2024년 약속한 11억달러 투자를 발판으로 그린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 수소전기트럭과 연료전지 활용까지 아우르는 수소 생태계를 현지에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29일 청와대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현지 탈탄소 정책에 맞춰 그린수소 생산과 수소트럭 투입,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에 관한 기술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행사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제라우두 아우키민 브라질 부통령을 비롯한 양국 정부·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청사진은 차량 한두 종을 현지에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저장·운송한 뒤 트럭과 산업용 연료전지 등에 사용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사업으로 묶는 방식이다. 그룹의 수소 브랜드이자 사업 플랫폼인 ‘HTWO’를 앞세워 계열사별 기술을 결합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 시스템을 맡고, 현대글로비스가 저장·운송과 물류 운영에 참여하는 구조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에너지·플랜트 역량도 활용할 수 있다.

HTWO 에너지 청주 수소충전소. [현대차그룹 제공]
HTWO 에너지 청주 수소충전소. [현대차그룹 제공]

수소 생산부터 트럭까지…SMR도 협력 대상

그린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거의 없지만 전력 가격과 수전해 설비 비용이 높아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가 중요하다.

현대차그룹은 엑시언트와 같은 수소 상용차를 먼저 보급해 수소 수요를 만들고, 차량 운행에 필요한 생산·충전 인프라 투자를 끌어내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 생산량과 차량 운행 대수가 함께 늘어나야 수소 가격과 차량 가격이 낮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SMR은 그린수소와는 별도의 에너지 협력 축이다. 공장에서 제작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차세대 원자로로, 대형 원전보다 건설기간을 줄이고 지역별 전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SMR을 산업단지에 안정적으로 전력과 열을 공급하고 저탄소 에너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한 호텔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입장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한 호텔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입장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2년 전 11억달러 투자 약속…이번엔 실행 단계로

브라질 수소 사업 구상은 2024년 정의선 회장의 현지 방문 당시 처음 구체화됐다. 정 회장은 그해 2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을 만나 2032년까지 브라질의 친환경 기술과 그린수소 등에 11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브라질의 수소 인프라와 모빌리티 분야에 적극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브라질을 중심으로 중남미 수소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수소 상용차 시장 개척과 연료전지 시스템 공급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브라질에 중남미 수소사업 전담 조직도 설치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 일본 도쿄 빅 사이트에서 열린 ‘국제 수소 & 연료전지 엑스포 2026(H2 & FC Expo 2026)’에 마련한 전시 부스 모습. 관람객들이 자동 충전 로봇을 활용한 디 올 뉴 넥쏘 충전 시연을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 일본 도쿄 빅 사이트에서 열린 ‘국제 수소 & 연료전지 엑스포 2026(H2 & FC Expo 2026)’에 마련한 전시 부스 모습. 관람객들이 자동 충전 로봇을 활용한 디 올 뉴 넥쏘 충전 시연을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이번 정 회장의 브라질 방문에서 나온 계획은 2년 전 투자 약속을 보다 구체적인 사업 분야로 확장했다는 의미가 있다. 수소차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사용할 수소를 직접 생산하고 충전·물류 인프라까지 연결해야 장기적으로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차그룹은 브라질 맞춤형 친환경차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휘발유와 에탄올을 혼합해 사용하는 플렉시블연료차량(FFV)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한 현지 전용 파워트레인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사탕수수를 활용한 바이오에탄올 사용 비중이 높은 브라질의 에너지 구조를 고려한 전략이다.

기존 완성차 생산 기반도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2012년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 공장을 가동하고 브라질 전략 차종인 HB20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를 생산해 왔다. 공장 부지에는 연구개발센터와 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계열사 및 부품사 시설도 자리 잡고 있다. 수소사업이 본격화되면 기존 자동차 생산·연구개발 거점이 중남미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의 기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자동차가 2026년 3월 19일 공개한 우루과이 ‘카이로스 프로젝트’ 투입용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현대차는 남미 최초로 수소 대형트럭 8대를 상업 물류에 투입한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2026년 3월 19일 공개한 우루과이 ‘카이로스 프로젝트’ 투입용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현대차는 남미 최초로 수소 대형트럭 8대를 상업 물류에 투입한다. [현대자동차 제공]

우루과이서 먼저 달리는 엑시언트…남미 실증 시작

현대차그룹은 남미에서 수소 상용차 실증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우루과이 ‘카이로스 프로젝트’에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8대를 공급했다. 남미에서 수소 대형트럭이 상업 물류에 투입되는 첫 사례다.

이 사업은 태양광으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활용해 목재 운송 과정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프로젝트다. 4.8㎽ 규모 태양광발전소와 연간 77톤 생산이 가능한 수전해 설비, 충전소가 함께 구축되며 오는 11월 가동된다. 엑시언트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약 720㎞를 주행할 수 있다. 장거리 화물 운송에서 배터리 전기트럭이 안고 있는 충전시간과 적재중량 문제를 보완하는 것이 수소트럭의 강점으로 꼽힌다.

우루과이 사업은 현대차가 브라질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중남미 수소 전략의 시험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실제 운행을 통해 차량의 내구성과 운영비, 수소 생산·충전 비용을 검증한 뒤 브라질을 비롯한 다른 남미 국가의 광산·항만·물류산업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어서다.

현대자동차가 5월 출시한 더 뉴 2027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외장 이미지.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5월 출시한 더 뉴 2027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외장 이미지. [현대자동차 제공]

브라질 정책과 맞물린 현대차의 수소 구상

현대차그룹은 브라질에서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지 정부의 친환경 산업·에너지 정책에 따른 지원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의 친환경차 전환 프로그램 ‘모베르’는 현지 연구개발과 친환경차·부품 생산 투자에 금융 혜택을 제공하고, 국가수소프로그램은 수소 생산과 인증, 세제 지원 등 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이다. 국가에너지계획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와 새로운 에너지원 도입을 장기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솔루션 ‘HTWO 그리드’ 로고. HTWO 그리드는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결합해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 충전·활용까지 아우르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솔루션 ‘HTWO 그리드’ 로고. HTWO 그리드는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결합해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 충전·활용까지 아우르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이들 정책을 활용해 현지 생산과 수소사업을 연계할 수 있다. 정책 지원이 뒷받침되면 높은 수소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초기 차량 구매비용 등 수소 상용차 확산의 부담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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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