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확산에 ESS 수요 급증

LG엔솔, 북미 50GWh·통합 솔루션 승부

삼성SDI, 각형 LFP·고출력 기술 앞세워

SK온, 그룹사와 통합 ESS 공동 개발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왼쪽부터)과 SK온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 삼성SDI 기흥 본사 전경 [각사 제공]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왼쪽부터)과 SK온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 삼성SDI 기흥 본사 전경 [각사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해 온 국내 배터리 3사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시장에서 다시 맞붙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망 접속 지연과 전력 부하 변동이 심해지면서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물론, 정전에 대비하는 무정전전원장치(UPS)와 서버용 배터리백업유닛(BBU)까지 배터리 수요가 넓어지고 있어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전날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ESS 공략 전략을 잇달아 공개했다. 기존에는 태양광·풍력발전과 연계하거나 전력 수급을 조절하는 대형 ESS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데이터센터가 자체 발전·저장 설비를 구축하는 수요까지 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했다.

K배터리 3사 ESS 공략 전략
K배터리 3사 ESS 공략 전략

LG엔솔, 셀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풀 패키지’

LG에너지솔루션은 대규모 북미 생산능력과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묶은 ‘풀 패키지’를 앞세운다. 전력망과 발전소에 설치되는 대형 ESS는 물론 데이터센터용 BESS, UPS, BBU까지 모든 주요 제품군을 갖추고 고객을 공략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ESS 매출은 전년 동기의 4.6배로 늘었고, AI 하이퍼스케일러 대상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포함해 3조원 이상의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월 제너럴모터스(GM) 합작 2공장, 6월 혼다 합작공장에서 ESS 생산을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북미 ESS 생산능력을 5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 올해는 파우치형 LFP(리튬인산철)를 중심으로 물량을 늘리고, 내년부터 각형 배터리도 공급할 계획이다.

시스템통합(SI)과 유지·보수 역량에 에너지 사용 효율과 전력 거래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ESS의 설계부터 운영까지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연희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 담당은 “중국 경쟁사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당사가 확보한 SI와 O&M(운영·유지보수) 사업 역량”이라며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반의 고수익 사업으로 전환해 구조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3분기 ESS 출하량은 전분기보다 50% 이상, 하반기 생산량은 상반기의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4분기에는 북미 생산보조금을 제외하고도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LFP 배터리가 탑재된 ESS 제품 SBB 2.0 [삼성SDI 제공]
LFP 배터리가 탑재된 ESS 제품 SBB 2.0 [삼성SDI 제공]

삼성SDI, 각형 LFP·고출력 제품으로 기술 장벽

삼성SDI는 각형 LFP 배터리와 고출력 제품 등 기술 경쟁력에 집중한다. 대형 전력망에는 각형 LFP 배터리를 공급하고, 데이터센터 내부에는 순간적으로 큰 출력을 내야 하는 UPS와 BBU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미국 ESS용 각형 LFP 생산라인은 품질 검증 단계로, 오는 10월 셀 양산을 시작해 연내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의 해외우려기관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LFP 양극재를 비롯한 주요 소재와 부품의 공급망도 국내·미국 기업 중심으로 구축했다.

미국 ESS 수주는 2029년까지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을 채운 규모다. 추가 프로젝트를 포함하면 2028년부터 생산능력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의 또 다른 강점은 UPS와 BBU 시장에서 쌓은 공급 경험이다. 올해 두 제품군의 배터리 매출이 각각 지난해보다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출력 성능과 안전성, 장기간의 공급 이력을 바탕으로 UPS와 BBU 시장에서 각각 40~50%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조한재 삼성SDI 전략마케팅실장은 “UPS와 BBU는 순간적인 고출력 성능과 높은 안정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돼 제품 채택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며 “진입 장벽이 높아 다른 제품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제품으로는 소듐이온 배터리를 준비한다. 리튬 대신 매장량이 풍부한 나트륨을 사용하는 배터리로, 전력을 수시간 이상 공급해야 하는 장주기 ESS와 안전성이 중요한 UPS 시장을 겨냥한다. 삼성SDI는 소듐이온 배터리를 적용한 ESS 제품 개발과 양산 계획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SK온 서산공장 전경. [SK온 제공]
SK온 서산공장 전경. [SK온 제공]

SK온, ‘그룹 시너지’ 통한 다기능 통합 ESS 개발

SK온은 SK그룹 관계사와 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한 ‘그룹 시너지’를 내세운다. 배터리만 공급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제품 설계에 반영한 AI 데이터센터용 통합 ESS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김현광 SK온 재무관리실장은 “SK그룹 관계사 및 관련 협력 네트워크와 협업해 데이터센터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 수요 패턴을 분석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용 다기능 통합 ESS 제품을 개발하는 등 그룹사와 공동으로 ESS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SK그룹이 2035년까지 전국에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당 시설에 SK온 ESS를 공급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요 고객은 AI 하이퍼스케일러와 전력회사다. SK그룹이 보유한 발전·에너지 사업 역량과 SK온의 배터리 기술을 결합해 데이터센터의 피크 전력 관리, 비상 전력 공급, 전력망 안정화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올해 2월 국내 장주기 ESS 프로젝트 1.8GWh를 수주했으며, 서산공장에서 생산해 2027년 3분기부터 공급한다.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북미에서는 플랫아이언 등과 추가 수주를 협의하며 글로벌 ESS 수주 목표 20GWh를 유지했다. 미국 내 약 100GWh 규모의 생산 기반을 활용해 전기차 배터리 라인 일부를 ESS용 LFP로 전환한다. 국내에서도 서산공장 7GWh 가운데 3GWh를 ESS용으로 바꾸고 있다.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