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권영세 의원실 서면 답변
“잠재성장률 상승 중립금리 상방압력”
중립금리 오르면 대출 및 예금이자 상승
정부 잠재성장률 3%로 확대 목표
반도체 확장 AI 확산 따른 수요 증가 기인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경제 성장세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면 중립금리 수준도 오를 수 있다고 한국은행이 전망했다. 한국이 금리 인상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가운데 앞으로 금리 수준이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31일 헤럴드경제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한은으로부터 받은 서면답변에서 따르면 한은은 현재 한국의 중립금리 수준에 대해 “중립금리가 비관측 변수로서 추정의 불확실성이 높고 방법별로 편차가 큰 특성이 있고 통화정책 기조는 중립금리뿐만 아니라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 만큼 구체적인 중립금리 수준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우리나라의 중립금리와 관련한 행내외 연구 결과에 비추어보면 현재의 기준금리 2.75%는 중립금리 추정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5개의 연구 결과를 제시했는데 공통적인 중립금리 수준은 1.8%에서 3.3% 사이에 형성됐다.
중립금리란 물가를 올리지도 떨어뜨리지도 않으면서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상적 금리 수준을 뜻한다. 통화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중립금리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경제 성장세가 장기화하면서 기조적 흐름을 보일 경우 잠재성장률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자원을 최대로 활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그만큼 나라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나 성장 잠재력이 약해진 것이다. 높아지면 그 반대의 의미다.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는 보통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한은은 정부 목표인 잠재성장률 3% 달성 시 중립금리 변화에 대한 질의에는 “잠재성장률 상승은 중립금리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그 정도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추정 시계나 방법론에 따라 연구마다 다르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국내·외 기관들은 인구 고령화를 중심으로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지식 혁명’이 잠재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확산하고 있다.
중립금리가 오르면 대출이나 예금 이자도 덩달아 오른다. 20여년 전 잠재성장률이 5~6%일 때 예금금리는 4~5%였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전체 차주의 이자 부담은 연간 1조8000억원 증가한다.
앞으로 관건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경기 흐름이 일시적인 성장으로 끝나느냐, 구조적인 성장 기조로 자리 잡느냐에 달렸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반도체 경기 확장 국면은 단기적인 수급 요인을 넘어 AI 확산에 따른 구조적 수요 증가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폭과 지속 기간이 과거 사이클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앞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속보치)는 전기 대비 0.6% 성장하며 한은 전망치(0.2%)보다 세 배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3% 성장률은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실질 GDI(국내총소득)는 3.6% 증가하며 실질 GDP 성장률(0.6%)을 6배가량 웃돌았다. 실질 GDI란 실질 GDP에서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손익을 더한 지표다. 수출입 가격 변화에 따라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 구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전년 대비 증가율 기준으로 실질 GDI는 15.6%를 기록하며 1988년 1분기(16.4%) 이후 38년여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만큼 반도체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량 대비 소득이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한은 한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실질GDI가 실질GDP보다 높은 것은 산유국이나 원자재 수출국 정도”라며 “그만큼 반도체가 일종의 원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다음달 2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 5월 금통위에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에서 2.6%로 0.6%포인트 높였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3%대 전망치를 예상하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얼마나 높은 수준의 숫자를 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 16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신현송 총재는 “수출, 투자, 소비 등 GDP의 모든 구성 요소가 상당히 강세”라며 “지난 5월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6%는 너무 낮아 8월에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같은 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도 결정한다. 2분기 GDP 성장률이 깜짝 성장한 가운데 7월 근원물가 상승률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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