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 방한 외국인 소비 보고서]
의료기관 결제액 98% 급증, 전 업종 1위
성형 지고 피부 뜨고…3년 만에 vs 68%로 역전
시술 후 약국行, 결제액 12배
의료관광 강남 쏠림 완화, 서초·중구가 받아내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 지난 주말(1일) 서울 명동의 한 피부과. 중국어·일본어·영어가 가능한 코디네이터들이 외국인 고객을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이날 이곳을 찾은 고객의 90% 이상이 한국 여행 중 병원에 들른 외국인이었다. 입구에는 ‘매주 일요일은 외국인 고객만 진료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외국인 고객의 편의를 위해 아예 요일 하나를 통째로 비운 것이다.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이 국내 의료기관에서 결제한 금액이 1년 전보다 98% 늘었다. 주요 업종을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한국 여행에서 피부·성형 시술이 ‘덤’이 아니라 방문 목적 그 자체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3일 BC카드 ‘방한 외국인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의 의료기관 카드 이용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98.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통·영업(47.6%), 숙박업(50.2%), 보건/위생(50.5%) 등 다른 주요 업종이 40~50%대 증가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이에 따라 전체 외국인 소비에서 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도 12.6%에서 16.3%로 뛰었다.
의료 소비는 여전히 서울에 몰려 있다. 전국 의료기관 이용금액 가운데 서울 비중은 92.8%에 달했다.
▶성형에서 피부로…3년 만에 뒤집힌 구조 = 주목할 대목은 진료과목 구성의 변화다. 서울 기준 진료과목별 이용금액 비중은 ▷피부미용 67.5% ▷성형외과 21.3% ▷전문의원 3.4% ▷약국 2.0% ▷병원·종합병원 0.7% 등 순이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순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2024년 상반기만 해도 성형외과가 46.2%로 피부미용(32.6%)을 크게 앞섰지만, 2025년 역전된 뒤 올해는 격차가 세 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3년간 피부미용은 34.9%포인트 오르고, 성형외과는 24.9%포인트 내려갔다. 수술대에 오르는 여행에서, 시술받고 다음 일정을 소화하는 여행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셈이다.
증가율이 가장 가팔랐던 곳은 약국이었다. 약국 이용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76.9% 늘며 전 진료과목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비중도 0.3%에서 2.0%로 1.7%포인트 커졌다. 한방의료(193.1%), 피부미용(109.8%)이 뒤를 이었다. 시술 후 약국에서 연고·의약품을 사는 소비가 붙으면서, 의료와 쇼핑이 한 동선에서 이어지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남 쏠림 완화…서초·중구가 받아냈다 = 서울 안에서도 지도가 바뀌고 있다. 자치구별 의료관광 소비 비중은 강남구가 39.8%로 1위였지만, 전년 대비 10.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서초구는 6.7%포인트 오른 27.6%, 중구는 3.4%포인트 오른 7.5%를 기록했다. 마포구는 19.7%로 1.2%포인트 낮아졌다.
성장세는 강남 밖이 더 뚜렷했다. 피부과 결제건수 기준으로 서초구가 전년 동기 대비 273.2% 늘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중구(225.3%)와 용산구(111.0%)가 뒤를 이었다. 강남구는 26.9% 증가에 그쳤다. 서초구는 피부·성형 중심의 고가 시술 수요가 이어졌고, 중구는 약국 소비 비중이, 용산구는 한방·피부 진료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큰손”에서 “보통 관광객”으로 = 국적별로는 주요 국가가 모두 늘었다. 결제액 기준 증가율은 싱가포르(115%)가 가장 높았고 미국(100%), 일본(98%), 중국(92%), 홍콩(71%), 대만(66%) 순이었다.
다만 결제건수 증가율이 결제액 증가율을 모든 국가에서 웃돌았다. 싱가포르 167%, 대만 114%, 미국 112%, 일본 104%, 중국 103%, 홍콩 95%다. 이용 인원과 횟수가 금액보다 빠르게 늘었다는 것은, 건당 결제액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고액 시술을 받는 일부 ‘큰손’ 중심이던 의료관광이 일반 관광객 층으로 저변을 넓히는 양적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진료과목별 고객 국적도 재편됐다. 피부미용은 대만(24.7%)·일본(20.2%)·중국(19.6%)·미국(16.9%)이 고르게 나뉘며 다국적화가 진행됐다. 특히 일본(+1.7%포인트)과 미국(+2.5%포인트) 비중이 커졌다. 성형외과는 중국 비중이 18.2%에서 23.1%로 4.9%포인트 확대된 반면 대만은 12.4%에서 7.5%로 같은 폭만큼 줄었다. 약국은 대만 비중이 4.3%에서 32.4%로 28.1%포인트 급등하며 판이 뒤집혔고, 미국(-22.3%포인트)과 중국(-17.8%포인트)은 크게 밀렸다.
BC카드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단순 관광을 넘어 의료 서비스와 K-뷰티, 문화 체험을 함께 즐기는 복합 목적형 여행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의료와 쇼핑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새로운 의료관광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어, 의료관광이 향후 방한 관광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번 분석은 BC카드가 보유한 외국인 이용 카드 약 330만좌의 국적·업종·지역별 소비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다.
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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