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어류 45만마리 폐사·피해액 10억5000만원…가축 폐사도 68만8000마리
KREI “보험 없으면 마늘·양파 생산 줄고 소비자가격 11~12% 상승”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극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어업 피해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바다에서는 고수온으로 양식어류 45만마리가 폐사했고, 축산농가의 가축 폐사 신고도 68만마리를 넘어섰다. 폭염과 가뭄으로 농작물 생산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농작물재해보험이 농가 피해를 보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 감소와 밥상물가 급등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올해 고수온으로 폐사한 전국 양식어류는 45만마리로 집계됐다. 피해액은 10억5000만원이다. 품종별로는 광어가 20만3000마리로 가장 많았고 우럭 14만1000마리, 강도다리 7만3000마리, 숭어 3만3000마리 순이었다. 피해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 최근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현재 고수온 경보가 발효된 해역은 17곳, 주의보가 내려진 해역은 10곳이다. 고수온 주의보는 수온이 28도에 도달하면, 경보는 28도 이상이 사흘 이상 이어질 때 발효된다. 수온이 오르면 바닷물 속 용존산소가 줄고 양식어류의 면역력이 떨어져 폐사 위험이 커진다.
해수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재난 대응 단계를 ‘심각Ⅰ’로 높이고 비상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액화산소 공급장치와 저층해수 공급장치, 차광막 등 고수온 대응장비 보급에는 94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보다 62% 늘어난 규모다. 사육 밀도를 낮추기 위해 양식생물 17만마리를 긴급 방류했고 광어·우럭 등 취약 품종은 할인행사와 연계해 조기 출하를 유도하고 있다.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지난 5일 고수온 비상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액화산소 공급장치 가동과 긴급방류 등 현장 대응 강화를 주문했다. 남재헌 해수부 차관도 지난 6일 충남 태안 양식장을 찾아 고수온 대응 상황을 점검하며 “현장의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피해 어가의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양식어업재해보험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오는 15일부터는 폭염과 고수온 등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경우 다음 해 보험료를 할증하지 않는다. 피해액이 확정되기 전 보험금의 50%를 먼저 지급하는 제도도 확대한다.
고수온 피해 복구 지원도 현실화했다. 김 종자 등 7개 품목을 복구 지원 대상에 새로 포함하고, 우럭과 광어 등 18개 품목의 복구 단가는 평균 44% 인상했다. 해수부는 “재해 이후 복구뿐 아니라 보험과 복구비 지원을 함께 강화해 어가의 경영 안정을 뒷받침하겠다”고 설명했다.
육상에서도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가축재해보험에 접수된 폭염 가축 폐사 신고는 68만8000여마리다. 농촌지역 논·밭과 비닐하우스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361명으로 이 가운데 5명이 숨졌다. 피해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온열질환자는 79%, 가축 폐사는 42% 수준이지만 올해 폭염 강도가 높은 만큼 추가 피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산림청 산불예방 드론과 차량까지 농촌 폭염 대응에 투입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가두방송 236회, 물 분사 69회, 드론 예찰 73회를 실시해 농작업 중지 권고 47건과 예방용품 지급 51건 등 현장 조치를 했다. 남부지역 가뭄 대응에는 산불진화차량 22대를 동원해 하루 500톤의 물을 공급하고 있다.
농축산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냉방장비와 고온 스트레스 완화제, 열차단 도포제 등 687억원 규모의 예방 물품도 지원한다. 물 부족 지역에는 살수차와 물탱크, 양수기를 투입하고 신청 농가뿐 아니라 취약 농가를 직접 찾아 주기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찾아가는 살수 지원’도 확대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폭염이 지속되는 만큼 농업인과 외국인 노동자의 온열질환, 농작물·가축 및 가뭄 피해 예방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력해 가용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하겠다”며 “농촌지역 예찰과 현장 점검을 확대하고 선제적인 가뭄 대책을 추진해 농업 분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처럼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장 지원과 재해보험, 복구비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상기후가 장기화하면 농산물 생산 기반이 흔들리면서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폭염과 가뭄은 작물 생육을 떨어뜨리고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생산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늘과 양파처럼 수급 변화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민감 품목은 생산량이 줄면 가격 변동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간한 ‘농업 소득 안정 정책 효과와 개선 과제’ 보고서는 농작물재해보험이 이러한 충격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마늘과 양파 모두 재해보험이 없다고 가정해 실제 생산·가격과 비교 분석했다. 재해보험은 폭염 피해 자체를 막는 제도는 아니지만, 피해를 입은 농가가 영농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시장 공급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분석 결과 2024년 기준 보험이 없을 경우 마늘 재배면적은 실제 2만3290헥타르(ha)에서 2만2623ha로 2.8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양파 재배면적도 1만8614ha에서 1만7689ha로 4.97% 줄었다.
생산량도 마늘은 28만5000톤(t)에서 27만7000t으로 2.87%, 양파는 117만5000t에서 111만7000t으로 4.97% 감소했다. 소비량 역시 마늘은 2.43%, 양파는 4.35%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급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마늘 농가 판매가격은 ㎏당 4381원에서 4969원으로 13.40%, 소비자가격은 8356원에서 9396원으로 12.45%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파 농가 판매가격도 789원에서 878원으로 11.19%, 소비자가격은 1789원에서 1994원으로 11.47%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재해보험이 없으면 ‘재배면적 감소→생산량 감소→공급 위축→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강화된다는 뜻이다. 특히 마늘과 양파는 농가가 이듬해 재배 품목을 서로 바꿀 수 있는 생산 대체 관계에 있어 한쪽 품목의 보험 공백이 다른 품목의 수급과 가격까지 흔들 수 있다.
보고서는 농업재해보험을 개별 농가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사후 보상 수단에 그치지 않고 농산물 생산과 시장가격을 함께 안정시키는 경영안전망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태후 KREI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생산 대체 관계가 있는 작목은 두 품목 모두 재해보험을 운영해야 생산 기반과 시장가격을 함께 안정시킬 수 있다”며 “품목별 접근보다 작목 간 연계성을 고려한 보험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adast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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