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비용 장벽 넘어 선순환·흑자 구조 안착
美·유럽서 하이브리드 유통 등 채널 다변화
셀트리온·SK바이오팜 등 수익구조 극대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나 현지 파트너사에 유통을 의존하던 기존 판도를 깨고 독자적인 ‘해외 직접 판매(직판)망’을 구축하며 본격적인 결실을 거두고 있다.
초기의 막대한 판관비 부담을 극복한 선두 기업들이 잇따라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함에 따라, 글로벌 직판망 확보 여부가 K-바이오의 체질 개선과 몸값을 결정짓는 핵심 분수령으로 부상했다.
해외 직판은 현지 영업 인력 채용과 인허가, 법인 설립 등 초기에 천문학적인 고정비가 투입되어 ‘판관비 잔혹사’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초기 고비를 넘긴 선두주자들은 판관비율을 안정화하며 강력한 수익 구조를 입증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유럽 및 미국 현지 법인 중심의 직판 체계를 안착시키며 올 상반기 매출 2조5387억원, 영업이익 7737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SK바이오팜 역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미국 직판 성과에 힘입어 2분기 영업이익 971억원을 기록, R&D 투자를 늘리면서도 흑자 폭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
기존 병원 및 공공 조달시장에 집중하던 직판 고도화 경쟁은 약국 직판망, 소비자 직접(DTC) 마케팅, 독자적 ‘하이브리드’ 유통 방식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셀트리온은 프랑스 ‘지프레’, 스위스 ‘아이콘’ 등 현지 유통사를 인수하며 유럽 전역의 약국 직판망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미국 내 세노바메이트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TV·디지털 중심의 DTC 광고를 적극 집행, 6월 월간 처방 수 4만9155건을 기록하는 등 처방 모멘텀을 극대화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기업 휴젤 역시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판매 모델’을 가동하며 직판 전환 대열에 합류했다. 휴젤은 기존 현지 파트너사인 ‘베네브’를 통한 유통에 미국 법인인 ‘휴젤 아메리카’의 직판을 병행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현지 세일즈 및 마케팅 임직원을 순차적으로 채용하며 직판 조직을 다지고 있다.
휴젤의 올해 1분기 보툴리눔 톡신 매출액은 6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6% 늘어났으며, 특히 미국과 브라질 선적 확대에 힘입어 북남미 매출은 420% 이상 급증했다. 휴젤은 초기 시장 침투율을 높인 파트너십에 직판을 결합해 유통 마진을 줄이고 병·의원 네트워크 관리를 정교화함으로써, 오는 2028년 미국 시장 점유율 10%, 연매출 9000억원 달성을 시현한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자체 해외 직판망 보유 여부가 글로벌 빅파마와의 파트너십 및 M&A(기업인수합병), 기술이전 협상에서 판도를 뒤집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분석한다. 유통망이 없는 기업은 기술이전 시 글로벌 판권을 빅파마에 넘기며 낮은 수수료율을 감수해야 하지만, 현지 직판망을 보유한 기업은 개발 주도권을 쥐고 마진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나아가 글로벌 빅파마 입장에서도 현지 영업망이 정비된 바이오 기업을 인수할 경우 제품 인프라를 즉시 활용할 수 있어, 직판망 보유 기업의 기업가치 프리미엄이 한층 높아지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직판망 구축은 초기 수년간 수익성을 압박하는 양날의 검이지만, 안착 이후에는 고마진 구조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의 협상력을 대폭 높여주는 핵심 자산이 된다”며 “직판망을 확보한 대형사와 외주 유통에 의존하는 후발 바이오텍 간의 실적 및 기업가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지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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