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모임 가입·카카오톡 대화 나눠

그러자 학교 측 무기정학으로 징계 처분

1심 무효 판결…2심 “양심 자유 침해 여지”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성소수자 인권 모임에 가입한 대학생에게 총신대학교가 무기정학을 통보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2심에서도 유지됐다. 법원은 기독교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새로운 해석과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짚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4-1부(부장 남양우)는 신학과 학생 A씨가 학교를 상대로 “무기정학은 무효”라며 낸 2심 소송에서 지난달 16일 1심과 같이 A씨 승소로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024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졸업 3개월 전, 학내 성소수자 모임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무기정학을 받았다. 내·외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특별지도 처분도 받았다.

총신대 징계규정에 따르면 동성애 지지 또는 행위 등 기독교 신앙인의 미덕에 반하는 행위는 징계 대상이다. 총신대는 동성애 지지 모임에 가입한 A씨가 동성애 지지 및 동조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4년 1월 학교의 징계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해당 징계규정은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해당 징계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해 위법하다”고 밝혔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한 무기정학 징계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1심도 징계사유 자체는 인정된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총신대는 기독교 신앙을 기반으로 한 학교 전통을 오랜 기간 이어왔다”며 “기독교 세례교인으로 입학 자격을 한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총신대가 속한 종교단체는 동성애에 반대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동성애가 기독교 교리에 반하는지 여부는 사법적 판단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성소수자 모임에 가입한 것은 총신대의 징계규정인 기독교 신앙 미닥에 반하는 행위가 맞다”고 지적했다.

다만, 무기정학 처분은 너무 과도한 징계라 타당성을 잃어 무효라고 결론 내렸다.

1심은 “무기정학 처분을 받게 되면 학생으로서의 모든 권리가 정지된다”며 “그 상태가 기한 제한 없이 총장의 승인을 얻어야 비로소 해제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동성애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A씨가 신학에 대한 지적 갈증이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모임에 가입한 것을 무기정학 처분에 이를 정도의 사유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저지른 학생들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린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의 징계사유가 이러한 형사처벌 대상과 동등한 정도의 불법성을 갖는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총신대가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 역시 무기정학 처분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 과정에서 총신대 측은 “A씨가 반성하고 있지 않다”며 “반성 여부를 중요한 징계양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윤리적 판단에 대한 강제가 될 수 있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졸업을 앞둔 상태에서 무기정학을 받으면 정상적인 졸업·취업에 있어 현저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며 “A씨가 해당 모임에서 카카오톡으로 사적 대화를 나눈 것 외에 적극적으로 총신대 또는 교단을 해치는 행위를 하거나 학내질서를 훼손했다고 볼만한 사정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기정학이 아닌 비교적 가벼운 징계로 징계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총신대 측에서 불복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았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