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상권·아울렛 1170곳 57.2% 문 열고 냉방

2016년 이후 정부 ‘제한 공고’ 없어 단속 한계

7일 서울 서대문구 한 오락실의 입구가 전면 개방된 채,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7일 서울 서대문구 한 오락실의 입구가 전면 개방된 채,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서울 주요 상권과 수도권 대형 아울렛 매장 10곳 가운데 6곳가량이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출입문을 열어둔 채 영업하는 이른바 ‘개문 냉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문 냉방 시 냉방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지만 정부의 관련 규제는 사실상 10년째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환경단체 녹색연합에 따르면 시민들과 함께 지난달 15~28일 서울 주요 상권 3곳의 매장 506곳과 수도권 6개 복도형 아울렛 내 매장 664곳 등 총 1170곳을 조사한 결과, 669곳(57.2%)이 냉방기를 가동하면서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고 있었다.

문을 연 상태에서 냉방할 경우 필요한 전력은 문을 닫았을 때보다 약 1.7배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서울 상권에서는 길과 맞닿은 매장 전면에 접이식 문을 설치한 뒤 문 전체를 열어놓은 상태로 냉방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출입문 한 곳만 열어둔 경우보다 에너지 손실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게 녹색연합의 설명이다.

개문 냉방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 등에 따라 정부가 ‘냉방기를 가동하면서 출입문을 열어놓고 영업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를 공고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근거로 단속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개문 냉방 제한 공고를 낸 것은 2016년이 마지막이다. 현행 제도 자체가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수급 안정화를 위해 시행하는 한시적인 조치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한 공고를 내더라도 현장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단속 과정에서 업주가 “환기를 위해 잠시 문을 열었다”고 주장할 경우 개문 냉방 여부를 명확히 가리기 쉽지 않은 데다 지자체 역시 지역 상인들의 반발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서다.

현재 정부는 개문 냉방 문제에 대해 규제보다는 자율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도 전력 수요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 10~23일을 ‘에너지 절약 집중 홍보 기간’으로 정하고 매장 등에 개문 냉방 자제를 요청할 계획이다. 에너지의 날인 오는 22일에는 광화문과 서울시청, 국회의사당 등의 조명을 10분간 끄는 행사도 예정돼 있다.

녹색연합은 해외 사례를 들어 상시적인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프랑스와 미국 뉴욕 등에서는 개문 냉방을 상시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개문 냉방을 금지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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