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대 민영조선소, 선별 수주 선략으로 선회

연간 수주 목표 낮춰잡으며 단순 물량 경쟁 발빼

中 조선사도 슬롯 꽉 차며 높은 선가 유지 전망

韓, 품질·납기 경쟁력으로 수주 경쟁 유리할 듯

상선 일변도 사이클 벗어나 엔진 등 신사업도 속도

중국 조선소. [연합]
중국 조선소. [연합]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한때 가성비를 내세워 박리다매로 물량을 싹쓸이하던 중국 조선사 사이에서도 선별 수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조선업의 유례없는 대호황이 지속되며 건조 공간(슬롯)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중국 신더마린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민영조선사 양쯔장조선은 올해 상반기에 반기 기준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매출은 175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36.2% 증가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53억7000만위안으로 28.4% 늘어났다. 수주 잔고 또한 올해 6월 말 기준 256척, 224억달러(약 30조원) 규모로 2030년 인도 물량까지 확보했다. 특히 주력 사업인 조선 분야 매출총이익률은 37.1%에 달했다.

이처럼 안정적인 수주잔고 확보에 따라 양쯔장조선은 수익성 중심의 수주 전략을 우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 조선사의 올해 수주 목표는 45억달러로, 지난해(60억달러) 대비 25% 낮춰 잡았다. 특히 탱커 및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등 신규 수요를 바탕으로 수주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으로, 중국 최대 민영조선사 마저 단순 수주 물량 경쟁에서 발을 빼는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HD현대 제공]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HD현대 제공]

이미 국내 조선업계의 경우 일찌감치 선별 수주 전략으로 넘어왔다. 현재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은 3년치 이상의 수주잔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조선사는 그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품질 관리, 납기 경쟁력을 쌓으며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영하 163도의 액화가스를 싣는 LNG선은 극저온 화물창부터 단열 설계, 장기간 운항 안정성 등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고 건조 실적도 중요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중국은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시장을 장악한 뒤 최근 LNG선 건조 실적을 쌓으며 추격하고 있지만 품질·납기 등 측면에선 여전히 한국이 앞서나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의 선별 수주 전환을 글로벌 건조 슬롯 부족의 방증이자, 선가 경쟁력 측면의 호재로 보고 있다. 도크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신조선가 하방경직성이 확보돼 높은 계약 선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내 조선사 관계자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수주전에 뛰어들던 중국 조선사가 수익성을 고려해 선별 수주 전략으로 전환할 경우, 품질과 납기 면에서 우위에 있는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 경쟁에서 일정 부분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LNG선.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LNG선. [한화오션 제공]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서울대학교 조선해양학과 객원교수)은 “수 년 전부터 탱커·컨테이너선 시장을 쓸어가던 중국은 지난해 생산치 기준으로 수주 잔량이 5년치를 넘어, 선별 수주로 가는 흐름”이라며 “현재의 호황이 지속되면 선가가 많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소들은 수주 잔량이 꽉 차 있으면 급하게 선가를 내리지 않아 당분간은 신조선가 강세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조선업계는 기존 상선 일변도의 사이클을 벗어나기 위해 사업 영역을 적극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상선과 함정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엔진, 소형모듈원자로(SMR) 추진선,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등 시장에 뛰어들며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코반에너지그룹과 9560억원 규모의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HD현대중공업이 지금껏 따낸 발전용 엔진 공급계약 중 최대 규모다.


keg@heraldcorp.com